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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한돈인]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 원장·한수양돈연구소 대표 정현규 수의학 박사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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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한돈인]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

원장·한수양돈연구소 대표 정현규 수의학 박사


‘설마’하는 마음 가장 위험 방심이 우리의 가장 큰 적이다

‘전 세계 양돈산업과 관련해 우리 세대에 닥친 가장 큰 위협’이라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농장 발생이 지난 10월 9일이 마지막으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사실상 농장발생은 소강상태이지만 야생멧돼지에서는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

 

수면 위의 고요함이 더 폭풍전야처럼 느껴지는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 원장이자 한수양돈연구소 대표인 ASF 전문가 정현규 박사에게 물었다.

 

예견되었으나, 막지 못했다

정현규 박사는 1년 전인 2018년부터 꾸준히 아프리카돼지 열병의 위험성을 알려왔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ASF가 발생하자마자 정현규 박사는곧바로 ASF 연구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아프리카돼지열병표준연구소로 달려갔다. 이후 그곳에서 매달 현지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며 국내 언론과 정부에 그 위험성을 알렸다.

 

“1997년 대만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우리나라로 유입되는데 3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중국과의 교류가 많아졌고, 우리나라 양돈농장에 중국인 근로자들도 많아졌다. 중국에 이어 올 5월에 북한에 발생하면서 해상과 육로 양쪽에서 모두 위협을 받고 있었기에 국내 발생은 시간문제라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3~4월을 1차 위험시기로, 9~10월을 2차 위험 시기라고 예측하고, 바이러스를 차단하려 노력했으나, 결국 막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초기 대응 잘했으나 구체적 실행 계획 아쉬워 

지금에 와서 뒤돌아 봤을 때 어떤 부분을 놓친 것일까? 정현규 박사는 “방역당국이 초기대응을 열심히 했다. 모두가 고생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긴급행동지침(SOP)에 단계별 실행계획이 없었다. 예를 들면, ‘매몰한다’라는 지침이 있는데, 누가, 어떻게 하는지, 매몰 후에 냄새 등의 민원 문제 등은 어떻게 해결할 지 등에 대한 단계별 방침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어서 향후 3년간의 상황별 시나리오와 타임테이블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염경로 멧돼지뿐이 아닌 것도 잊지 말아야

정현규 박사는 2012년 구제역 사태 당시 잘 막아냈다고 생각한 순간, 딱 ‘차 한 대’ 때문에 전국으로 번졌던 것을 잊지 말고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발생 전에 멧돼지의 위험성보다는 잔반급여나 외국인 노동자, 외국산 식품으로 인한 발생 차단에더 집중했는데 예상 외로 멧돼지 쪽에서 터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또 멧돼지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어요. 멧돼지는 여러 위험요소들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닙니다. ‘설마 남쪽으로까지 번지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중국·베트남 등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양돈농가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 박사는 지금은 절대로 안도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말한다.그 동안 우려했던 것처럼 중국이나 베트남을 통해서 ASF가 유입된다면 경기 북부뿐 아니라 전국 어디로든지 퍼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또한 남쪽에서 발생했을 때의 대응방안을 비롯해서 앞으로 6개월 단위로 최소 3년치의 상황별 시나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무서운 바이러스 생존력 무시하면 안돼

야생멧돼지에서 계속해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 현재상태에서 겨울은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설명이다.

 

정현규 박사는 “흔히들 바이러스가 멧돼지 몸 안에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멧돼지가 지나간 흔적마다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ASF 바이러스는 냉동고기에서도 1,000일, 건조육포에서도 300일을 살아남는데 영하로 내려가면 소독약은 효과가 없어집니다. 만약 겨울에 멧돼지 사체에서 얼어있던 ASF 바이러스가 봄이 되어 땅이 녹으면서 이동이 많아질 때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철원 등의 지역이 영하로 접어든 시점인 만큼 내년 3월까지는 방심하지 말고 정부와 양돈산업 관계자, 농가들이 힘을 합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백신 개발까지 최소 3년, 그 동안 방심은 금물

정현규 박사가 공조해서 연구중인 스페인에 위치한 ASF표준연구소에서 현재 ASF 백신을 개발 중이다. 멧돼지 미끼백신 등이 개발돼서 상용화 되기까지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동안 정부와 양돈산업 관계자, 농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중펜스와 방조망, 돈사 간 이동 시 장화 갈아신기 운동 등은 외국에서 실효성이 증명된 방법인 만큼 모든 농가가 협조해서 실천했으면 합니다. 중간매개체를 통한 감염은 막을 수가 없어요. 국경 방역이나 철책으로 멧돼지는 막을 수 있지만 새나 파리가 날라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기에 세계적으로도 중간매개체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낸 전례가 없습니다. 농가 차원에서 방조망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입니다. 방조망은 구제역 때부터 방역 방안으로 제시된 내용인데 아직도 되어있지 않은 농가가 많습니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방역을 잘하는 농장과 그렇지 않은 농장은 차이가 큰데. 무조건 3km 안에 있다고 단순 거리로만 계산하기 보다는 차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도 방역을 잘하는 농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방역을 열심히 하는 농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을 나아가면 더욱 효율적인 방역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환경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서 대응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행정 단위에 맞춰 도 단위로 묶어서 방침을 짜는 것이 아닌, 양돈 생태계에 맞춘 권역별 구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는 장기전, 정부와 농가는 한 팀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또한 정현규 박사는 ASF 전문가인 호세 박사가 말한 해결을 위한 세 가지 당부를 전했다.

 

첫째, 비판 받고 욕을 먹더라도, 책임질 수 있는 리더 한 명과 전문가 한 명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짧게 생각하면 큰일난다. ASF는 장기전이다. 3년치의 상황별 시나리오와 농가가 실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방역 모델을 만들어서 공급해야 한다. 셋째, 모든 양돈업계가 감정적이 아닌 과학적으로 생각해야 해결할 수 있다.

 

정 박사는 호세 박사의 말을 빌려 생산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정부와 우리 농가는 한 팀인데,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생산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슈가 있을 때만 자문 형태로 의견을 내는 사람이 아닌, 생산자 조직에서 월급을 받는, 생산자 조직을 위해 책임을 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길러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좀 더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의 섬세한 접근을 통해 농가친화적인 방향의 정책을 구축하고 대응전략이나 방역 관련 매뉴얼을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현규 박사는 마지막으로 “현실이 답답하겠지만 농가 여러분의 협조 없이 방역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격려와 위로, 그리고 소통하는 양돈업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