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 in star]서울대학교 김유용 교수
한돈 발전 꿈꾸는 ‘돼지아빠’의 무한도전
축산업에 진출할 젊은 인재들을 양성하며 직접 돼지를 사육 중인 김유용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2005년 개인실험농장을 설립해 학생들의 실습·연구 수행의 장을 마련했다. 양돈수급조절협의회장을 맡아 돼지 가격안정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중·장기 한돈산업 발전방안을 세우는 데도 힘을 실었다. 김유용 교수는 “축산업은 중요한 식량산업인 동시에 첨단과학을 결합한 생명산업으로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며 “대한민국 축산업은 농업인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국민에게 필수 식량을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돼지를 키우며 돈사의 개축·신축을 모두 경험한 국내 유일의 대학교수로 알려져 있는데요. 개인 실험농장을 만든 이유가 뭔가요?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 어미돼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선진축산 연구로 농업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비전을 세웠는데, 곧 현실의 장벽에 부딪혔어요. 서울대학교 부속목장엔 실험용 돼지가 한 마리도 없었고 규정상 구입할 수도 없었거든요. 2005년 개인적으로 실험농장을 설립해 학생들의 실습·연구수행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비로 양돈장을 마련해 연구했지만 운영비 때문에 곧 빚더미에 앉았다고요.
양돈장의 특성상 사업 후 1년 동안은 매출은 없고 투자만 계속돼 사료비, 약품비, 인건비 등 으로 많은 자금이 들었어요. 돼지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땐 직원 월급이나 대출 상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개인대출과 사외이사 활동비 등으로 어렵게 극복하다 사업화 3년 만에 연매출 10억 원의 내실 있는 양돈장이 됐습니다. 2006년 5월 20일 첫 새끼돼지가 태난 순간도 잊을 수 없는데요. 돼지들이 무럭무럭 자라 그해 11월부터 출하가 시작되면서 실험농장도 안정되고 연구에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죠. 이제 대학원생들은 비용 걱정 없이 실험하고, 수익금으로 출자하는 ‘돼지장학금’을 받는 학생들도 매년 늘고 있습니다.
액상사료 급이 시스템, 가축 분뇨처리 신기술 등을 실험농장에 적용하고 장단점을 확인하며 선진모델을 만들어가고 계십니다. 가장 보람 있는 성과는 무엇인가요?
시중보다 30%가량 저렴한 경제사료를 개발해 축산인 소득에 기여한 것이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영양은 높되 가격은 싼 사료를 만들고, 검증된 연구결과를 농장에 적용했는데요. 우리 돼지들은 15년째 경제사료만 먹여 건강하게 잘 키웠어요.
돼지를 키워 장학금으로 베푸는 나눔철학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의 우수한 인재들이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기금을 모아 학교 근처에 무료로 지낼 수 있는 숙소 ‘돈우회’와 여학생 전용 기숙사를 열어 지방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월세 걱정 없이 머물 환경을 마련했죠.
축산업의 농업생산액은 2003년 쌀을 제치고 1위가 된 이후 농촌경제의핵심으로 부상했습니다. ‘축산업은 비전 있는 미래산업’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최근 젊은 인재들의 유입 증가세를 꼽으셨는데요.
우리 실험실을 나와서 농장을 하는 학생도 12명이나 됩니다.(웃음) 축산농가 수는 전체적으로 감소세지만, 최근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며 2세들이 농장에 활력이 되고 있어요. 귀농 인구수도 꾸준히 증가했는데, 특히 40세 미만의 귀농가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죠. 젊은 축산인들이 생산성 향상과 환경 개선을 위해 서로 논의하고 연구하는 사례가 지역별로 생겨나고 있다는 것도 청신호고요. 신규 축산농장 설립의 막대한 자금을 공동투자 형식으로 마련하는 젊은이들도 나오고 있어요. 주주들을 모아 농장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건데요.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땐 100% 자기 자본으로 창업하는 것보다 여럿이 지분을 나누는게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젊은 축산인들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갖춰야 할 소양은 무엇인가요?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젊은 층뿐만 아니라 기존 농가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인데요.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어야 내 농장의 현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그 흐름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농가들이 재무제표를 볼 수 있게 하는 교육이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최근 국민들은 동물복지에 대해 민감하고 악취도 내뿜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요구사항 모두를 단번에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지속가능하고 비전 있는 축산을 위해서는 변화가 절실합니다. 최근 양돈장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돈사 주변에 나무와 꽃을 심는 캠페인이 전개된 것도 좋은 선례인데요. 소비자는 물론 이웃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양돈산업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양돈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