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한돈]ASF를 넘어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으로!
2019-11-25

자조금소식지


[소통한돈]ASF를 넘어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으로!


계 양돈산업이 엄청난 충격으로 신음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 때문이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거의 100년 가까이 전 세계 양돈산업에 공포의 대상이 되어온 악성전염병이다.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 정도로 여겨지던 ASF바이러스가1957년도에 남유럽의 포르투갈로 전파되었고, 1960년도에는 스페인으로 확산되었다. 1964년도에는 프랑스, 1967년도에는 이탈리아 본토에서도 유행하였다.

 

얼마 후에 중남미 지역에서도 유행하였다. 1971년 카리브해 섬나라인 쿠바에서 발생하였고, 1978년도에는 브라질과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발생하였다. 1979년에는 아이티도 겪었다. 1978년도에는 남유럽의 작은 섬나라 몰타공화국과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지역에도 발생하였다.

 

서유럽 쪽으로 넘어온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다. 1985년도에는 벨기에, 1986년도에는 네덜란드에서 발병경력이 있다.

 

필자가 이 당시 농장에 수의사로 근무하면서 돼지병성감정을 위해 가검물을 들고 당시 안양에 있던 수의과학검역원에 출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검역원 연구관 한분이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고 있는데 예방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는 무서운 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ASF 증상과 부검소견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내게 주었는데, 악성전염병이므로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ASF를 처음 간접 체험한 계기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위에서 발생한 나라들은 이탈리아 사르데냐 지역만 제외하고 ASF가 박멸되었다. 나라별로 박멸을 위해 소요된 기간은 차이가 있지만 결국은 박멸되었다. 포르투갈, 스페인은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소규모 집돼지 사육농장이 많고, 야생돼지와 멧돼지가 많았던 것이 박멸하는데 장애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후로 한동안 잠잠하던 ASF는 2007년도에 동유럽국가로 전파되었다. 조지아공화국의 코카서스 지역에서 처음 발병한 후 10여 년에 걸쳐 인근 국가로 점차 확산되었다.

 

ASF가 발생한 동유럽 주요 양돈국으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헝가리, 체코 같은 나라가 포함되었으며 그 외에도 인접한 10여 개 나라에서 발생하였다.

 

동유럽과 유라시아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전 세계 돼지의 과반수를 키우는 중국의 발생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2018년 8월 중국에서 ASF 발생소식이 전해졌다. 공식적인 발표시간 보다 훨씬 이전인 4월경부터 발생 소문이 퍼졌다는 주장도 돌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간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발생국이었던 러시아로부터 중국이 대량의 돈육을 수입 공급하면서 ASF바이러스가 일시에 중국 전역에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동유럽에서 10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 중국에서는 3주 만에 일어났다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근거로 대기도 하였다. 중국양돈 산업은 구조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다. 셀수도 없는 뒤뜰형 양돈장, 낮은 방역의식, 오염육 유통, 잔반 급여와 멧돼지 전파 등으로 볼 때 전국적인 확산은 불 보듯 뻔한 것으로 예측되었다. 2019년도에는 중국의 인접국으로 빠른 확산이 일어났다. 동남아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으로 번졌고, 동북쪽으로는 북한에도 전파되었다.

 

이윽고 9월 중순에는 한국에서의 첫 발생으로 이어졌다.

 

인천광역시 북부지역과 경기북부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양돈장들이 직접적인 충격을 받았다.북한에서 넘어온 것으로 의심되는 바이러스의 감염피해를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감염된 멧돼지가 병을 옮긴 주범으로 판단된다. 수의역학 전문가들과 한돈협회에서는 휴전선을 넘어 멧돼지가 병을 전파시킬 수 있다고, 차단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멧돼지에 대한 질병 모니터링,이동통제, 두수 줄이기 등 능동적·수동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해왔다. 그렇지만 일부 정부 부처의 안이한 상황 판단이 차단방역 체계에 균열을 일으켰다.

 

고향, 농촌, 축산업을 사랑하고 청춘을 바친, 또 바쳐야 할 양돈 1세대와 산업을 이어나갈 후계자들에게ASF 발생은 맑은 하늘의 날벼락이었다.

 

경제적 손실, 사회적 억압,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억울함과 분노가 뒤엉켜 잠을 제대로 잘 수가없을 것이다. 재입식 과정에서도 보이지않는 바이러스는 귀신처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일으키며 피해농가를 더욱 괴롭혀댈 것이다.

 

전 세계 돼지의 60%를 넘게 키우는 나라에서 ASF가발생중에 있다. 중국과 베트남은 대표적으로 돼지를 많이 키우고 돈육을 많이 먹는 나라이지만 발생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

 

중국 돼지의 반수가 올해 연말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피해만으로도 전 세계 돼지의 25%가량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양돈산업 역사에서 유례없는 초대형 재앙이다.

 

향후 서유럽과 북유럽 나라들과 중국에 인접한 대만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위기라는 말은 위험 속에 기회가 숨어있다고 한다. ASF를 극복하고 나면 큰 호황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것이다. ASF는 그야말로 유행병이다, 지나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빨리 근절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다. 수천년간 외세 침입에 맞서 싸우고 살아남은 배달민족이다.

 

한국에서 ASF는 통제가능한 질병이라고 믿는다. 국가적으로도 확고한 박멸목표를 가지고 강력하게 추진해나가고있다. 긴급행동요령(SOP)도 마련되어 있다. 국민들의 방역의식 수준도 높다. 반도국가의 지리적 특성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에 박멸을 시킬 수 있다고 본다. 집돼지에 대한 ASF 통제는 용이하다. 문제는 산속에 숨어있는멧돼지를 통제하는 일이 어렵다. 멧돼지도 집돼지만큼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 쉽게 감염된다. 멧돼지 통제와 모니터링 없이는 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국가적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된다. 양돈은 국민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먹거리산업이다. 국민의 건강과 식량안보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박멸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농가에 대한 보상과 재입식 과정의 지원 정책은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발견된 지 100년 가까이 된 전염병이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돼지과(科) 동물 외에는 전혀 감염을 일으킨 전례가 없다. 돼지에게만 무서운 전염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험지역내돼지를 살처분하는 이유도 돼지로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지 사람에게 위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같은 나라에서는 감염된 돼지가 알게 모르게 유통이 된다고 한다. 한국으로 오는 여행객이 소지한 돈육제품에서 대부분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는 것이 증거가 된다. 맛있는 돼지고기를 못 먹게 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불안과 민심의 동요가 걱정되었기 때문에 감염된 돼지 고기를 먹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홍보물도 볼 수 있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돈육이 유통되면 잔반에도 감염이 일어나고 다시 잔반을 먹는 돼지가 감염되는 사슬이 되기 때문에 박멸을 어렵게 한다. 오염된 육제품으로 햄, 소시지,육포, 만두소를 만들면 바이러스가 생존하는 수가 있으므로 유통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병에 걸리지도 않은 농장의 돼지까지 살처분하는 강력한 정책을 쓰고 있다. 오염된 돈육의 유통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돈육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돈육 소비 부진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더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해내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진 상황에서 요구되는 슬기로운 대응자세를 정리해본다.

 

첫째, ASF 박멸을 국가적 중대 과제로 설정하는 일이다.

ASF는 장기간 지구전을 해야 하는 전투상황이다. 국민들의 건강과 식량안보를 지킨다는 사명감이 요구된다. 발생 시나리오에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예산 편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가 과제해결에 동참해야 한다. 이번 국내 발생은 한국팀의 골키퍼가 둘인 상황에서 한 선수의 방심이 골을 먹는 경우처럼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돈협회의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감염된 멧돼지의 남하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경 방역은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그동안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고 평가될 부분이지만 이것도 끈기가 계속 요구된다.공항, 항만, 발생국 방문, 여행자, 외국인 근로자, 발생국 우편물, 오염된 식품과 사료원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침입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국경 방역이 뚫리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은 어떻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효능이 좋은 백신이 상용화되면 이 병에 대한 공포감은 줄어들겠지만 국경 방역의식은 언제나 강화되어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외에도 해외 악성전염병이 또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한돈산업이 한걸음 더욱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국 양돈산업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해왔다. 세계적으로 볼 때 1,000만 두를 넘게 사육하는 나라는 의외로 많지 않다. 중국, EU, 미국, 브라질, 베트남, 캐나다 정도이다. 일본과 대만이 한국보다 많이 사육한적이 있지만, 역전된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돼지고기를 수입해다 먹는 10여 개 나라 중에서도 상위 5위안에 든다. 중국, 일본, 멕시코 다음으로 수입량이 많다. 한참 돼지고기를 먹을 나이의 인구수는 감소추세가 뚜렷한데 사육두수와 수입량이 많은 것은 큰 위협요인이다. 한돈산업의 질적 성장이 요구된다. 질적 성장의 핵심은 생산성과 고품질 돈육 생산이다. 산업구조 재조정을 통한 국제적 경쟁력 향상은 가장큰 방어무기가 될 수 있다. 우선 상재성 전염병 통제와 근절이 시급한 일이다.

 

 

넷째, 선진국의 양돈 진흥정책을 벤치마킹하고 국가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1986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계기로 농장과 농장 간의 거리를 벌리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전염병을 차단하는 방법 네 가지 가운데 가장 유효한 전략이 격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4대 전략이라는 것은 격리, 세척, 소독, 선제적 조치를 말하는데 그 첫 번째가 격리인 것이다. 한국 양돈의 대표적 실패사례는 양돈단지 조성이 아닐까 싶다. 전국에 산재한 양돈단지 가운데 성공적인 사업장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여러 가지 실패 원인이 있겠지만, 결정적 실패 원인은 다양한 전염병의 창궐에 의한 생산성 저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양돈장 입지로 적정한 지역을 진흥지역으로 설정해 주고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격리 원칙을 준수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양돈 관련 민원도 줄이고, 한돈산업의 발전도 꾀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양돈장 과밀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다는 가정만으로도 국가적 차원의 정책이 요구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은 국가적 대참사로 본다. 억울해서 못 살겠다는 국민이 부지기수라면 어찌 대참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부 방역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죽기 살기로 방역에 힘썼지만,병이 터진 농장, 반경 몇 km 안에 들었다고 예방적살처분을 당한 농장, 역학적 관계로 이동제한 명령을 받아 출하시 과체중 페널티를 받는 농장, 당장 출하를 못하여 돈군흐름이 붕괴되고 과밀사육 피해를 본 농장, 분뇨처리 수용 능력 초과로 흘러넘치는 농장, 사료, 약품, 시설기자재 납품하고도 돈이 잠긴 거래처, 농장을 방문하지도 못하는 수의사, 거점소독시설이 부족하여 운행 동선이 불합리한 양돈 관련 차량기사, 돈육시세 폭락으로 부채가 쌓여가는 전국의 농가 피해를 보자면 대참사임이 분명하다.

 

뭐니 뭐니해도 가장 큰 고통은 발생지역의 살처분 농가가 겪는 암울함과 불확실성일 것이다.

 

정부와 한돈협회는 그들의 재생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대대적인 돈육 소비 장려와 홍보를 통해 돈육가격이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신현덕 신베트동물병원장

 

 

 

 

 

목록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