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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렌드]나는 재미있다. 고로 소비한다.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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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렌드]나는 재미있다. 고로 소비한다.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한 ‘가성비’, 심리적 만족을 중시한 ‘가심비’ 소비 경향에 이어, 재미를 추구하는 ‘가잼비’ 시대가 열렸다.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필요가 아니라 재미를 위해 소비한다. 확실한 재미와 소소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돈 쓰는 게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공급자는 상품과 서비스에 녹여낼 ‘재미’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글. 윤진아 문화칼럼니스트

 

펀슈머란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제품을 구매할 때 ‘재미’에 우선순위를 두는 소비자를 뜻한다.

 

‘돼지고기 육수’ 라면

부활 이끈 펀슈머들

 

‘거꾸로 수박바’, ‘괄도네넴띤’, ‘ㅏㅏㅏ맛 우유’. 낯익고도 낯선 이름의 이 제품들엔 공통분모가 있다. 소비자의 반응으로 빛을 본 ‘펀슈머 마케팅’ 제품이라는 것이다. “수박바의 초록색 부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비자의 아이디어가 SNS를 통해 공유되고 관심이 확산하자, 롯데제과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빨간색과 초록색 부분의 비율을 바꾼 ‘거꾸로 수박바’를 출시한 것이다. 대세를 따른 덕분에 이 제품은 별도의 광고 없이도 출시 열흘 만에 판매 개수 100만 개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팔도는 ‘괄도네넴띤’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모양이 비슷한 글자를 바꿔 쓰는 ‘야민정음’ 방식의 이 단어는 ‘팔도비빔면’을 뜻한다. 한글 파괴 행위라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언어유희를 통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성공했고, 출시 23시간 만에 일주일 판매량인 1만 5천 세트가 완판됐다.

 

펀슈머란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제품을 구매할 때 ‘재미’에 우선순위를 두는 소비자를 뜻한다. 바나나맛 우유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데에도 펀슈머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 제품명에서 자음만 지워 글자를 채워 넣도록 한 ‘ㅏㅏㅏ맛 우유’ 프로모션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우유를 소비하고 마시는 행위보다도 ‘ㅏㅏㅏ’에 들어갈 자음을 채워 넣고 공유하는 행위에 소비자들이 재미를 느낀 것이다. 장수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젊은 층에 재미를 선사해 새로운 소비자로 끌어들인 바나나맛 우유는 ‘재미’로 브랜드 노후화를 막은 사례로 꼽힌다.

 

펀슈머는 식품을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다양한 식음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즐거움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덕분에 많은 식품이 펀슈머에 의해 부활하고, 업계에 새바람을 몰고 오는 상황이다. 2006년 출시됐던 ‘감자탕면’은 소고기 맛이 주종을 이뤘던 국내 라면시장에 돼지고기 육수로 이목을 끌었지만, 국물맛에 호불호가 갈리면서 3년 만에 국내시장 단종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다 돼지고기 국물에 익숙한 해외에서 감자탕면을 접한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으로 다시 시장에 등장했다. 1999년 출시됐다가 단종됐던 ‘보글보글 부대찌개면’도 소비자의 힘으로 재출시됐다.

 

재미가 소비를 부른다

 

사실 펀 마케팅이 새로운 마케팅 기법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의 펀 마케팅은 기업이 TV광고 등을 통해 제공하는 재미 요소를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기업 중심형’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기업이 주도하는 단발성 이벤트에 소비자가 참여하는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이 성행했다. 최근의 펀슈머 마케팅은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기획하는 ‘소비자 주도형’이라는 차이를 보인다. 펀슈머들은 더 이상 재미있는 제품을 찾아 나르는 역할만을 하지는 않는다. SNS 인증 문화와 영상 매체를 통해 펀슈머들은 제품과 관련한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패러디하며 소비를 즐기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재미’, ‘인증’ 놀이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프로필 사진이 맥주를 든 펭귄으로 도배된 적이 있었다. 펭귄이 낸 문제의 정답을 맞히지 못해 3일간 프로필 사진을 펭귄으로 바꾼 사람들이 급증한 탓이다. 얼굴사진을 찍으면 아기 얼굴로 바꿔주는 ‘스냅챗’ 앱의 필터도 인기를 끌었는데, 유명인사들이 아기 얼굴 필터를 적용한 인증샷을 올리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최근 SNS상에서는 ‘나도 트렌드에 참여한다’라는 것을 인증하며 너도나도 ‘인싸’ 대열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세대를 이어주는 놀이문화가 되고 있다.

 

기업들도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앞다퉈 상품화하고, SNS에서 유행할 법한 콘텐츠를 개발하며 새로운 트렌드에 발 빠르게 맞춰가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등의 재치 있는 문구로 브랜드 이미지 각인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매년 봄 신춘문예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광고 카피를 만들게 하고 시상식도 진행한다. 지난해 열린 제4회 ‘배민 신춘문예’에는 총 123,657개의 출품작이 접수되는 등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냈다.

 

펀슈머 마케팅의 가장 큰 효과는 ‘재미’를 앞세워 접근하는 만큼 상품에 대한 거리감과 저항감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펀슈머는 혼자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누군가와 공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인싸 성지 돼지고기 ‘JMT♡’

 

육류외식업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흔한 메뉴에 질린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즐거움을 원하기 시작했다. 매우 맛있음을 표현하는 ‘존맛’에 강조하는 의미의 ‘탱’을 붙인 신조어 ‘존맛탱(JMT)’은 SNS상에서 음식 관련 게시물에 빠지지 않는 해시태그다. SNS를 통해 음식점을 검색하고, 생성하는 펀슈머들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인증샷과 가게 정보를 올려 사람들과 공유한다.

 

외식업계도 펀슈머 마케팅에 공들이기 시작했다. 썬앳푸드가 운영하는 사천요리전문점은 최근 ‘火내지 마라 소화기’ 증정 이벤트로 화제를 모았다. 새빨간 외관에 고추 모양이 프린팅된 미니 소화기는 매운 요리로 인해 불이 난 고객들의 입속을 진정시켜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재미와 감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火내지 마라 소화기’는 펀슈머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해 인증샷 열풍으로 이어졌다. 부산의 한 고깃집은 프리미엄 메뉴 주문 시 해당 부위명이 적힌 네임택을 고기와 함께 손님상에 낸다. 각 부위의 다양한 식감과 맛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내산 돼지껍데기 메뉴인 ‘인싸 껍데기’를 비롯해 ‘샤브작샤브작’, ‘비벼국수’ 등 재미있는 메뉴 네이밍도 외식의 즐거움을 더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하는 건 결국 많은 언급량과 끊임없는 관심이다. 펀슈머 마케팅의 가장 큰 효과는 ‘재미’를 앞세워 접근하는 만큼 상품에 대한 거리감과 저항감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펀슈머는 혼자 즐거움을 느끼기보다는 누군가와 공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의 재미있는 경험을 자발적으로 SNS에 올리고, 이것이 온라인상에서 이슈가 되면서 구전효과가 발생하면 집중적인 소비로 이어진다.

 

이미 떴고, 앞으로는 더 뜰 펀슈머 마케팅 트렌드를 소비자들은 먹고 뜯고 씹고 웃으며 맘껏 즐기면 될 듯하다. 남녀노소 모두를 만족시킬 콘텐츠들로 무장한 공급자들이 더 재미있고, 더 기발한 마케팅으로 펀슈머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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