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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렌드]#돼지꼬리구이#혀밑살#특수부위
2019-09-30


 

버려지던 고기의 재발견

돼지꼬리, 닭껍질, 수구레 등 육류 특수부위가 외식업계 핫 키워드로 부상했다. 특히 돼지고기는 이런 변화가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돼지 한 마리에 100~130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돼지꼬리가 기존 돼지고기집이나 부속고기집을 중심으로 빠르게 느는 추세다. 썬앳푸드가 운영하는 스테이크 전문점 ‘텍사스 데 브라질’은 고객들의 요청으로 올 초 한정 출시했던 ‘Pork 토마호크’를 정식 메뉴로 출시했다. 이는 한돈 등심과 등갈비 부위를 활용해 만든 뼈가 고기에 붙어 있는 본인(Bone-in) 스테이크 메뉴로, 국내에서는 쉽게 접해보지 못한 색다른 부위라는 점에서 출시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유럽식 육가공 전문점 ‘샤퀴테리’의 확산도 비슷한 현상이다. 샤퀴테리는 고기와 고기 부속물 등으로 만든 육가공품을 총칭하는 프랑스어로,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공산품이 아니라 유럽 전통의 방식을 따라 자연적인 재료만 써서 만든 수제 육가공품을 일컫는다. 소금에 절이거나 바람에 말리는 방식 또는 훈연하는 방식으로 가공하는데, 샤퀴테리 전문점에서는 그동안 잘 먹지 않았던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맛볼 수 있어 좋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닭 특수부위는 ‘닭껍질’이 평정한 분위기다. KFC가 선보인 ‘닭껍질튀김’은 인도네시아의 일부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출시가 됐는데, 출시 이후 소비자들의 SNS 인증이 이어지며 인기를 얻고 있다

 

안 먹던 부위에 대한 호기심·희소 마케팅 결합

국내 육류 시장에서 돼지고기는 수십 년간 ‘삼겹살’이 주인공이었다. 돼지꼬리는 일부 감자탕 집이나 순댓국집에서 육수를 낼 때 쓰이거나 도축하고 남은 부위를 시장 인근에서 찜이나 구이로 먹는 게 전부였다. 식육 전문 마케터가 집필한 ‘삼겹살의 시작’에서는 “비선호 부위가 ‘특수부위’라는 이름으로 잘 팔리기 시작한 건 외식업계가 새로운 부위, 새로운 맛을 찾는 수요에 대응해 차별화된 경험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외식 경기 침체 속에 자영업자들의 원가절감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돼지꼬리나 닭 목살, 닭 연골살 등은 도매시장에서 다른 부위의 반값 이하에 거래된다. 수요가 적은 데다 손질도 어려워 웬만한 규모의 식품 기업에선 취급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원가는 싸지만 ‘특수 부위’라는 이름을 달고 비싸게 팔 수 있으니 중소 유통기업과 고깃집들이 관심을 보일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육류 특수부위 전문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최근 스페인산 이베리코 돈육이 한국에 본격 진출하고 버크셔 흑돼지, 듀록 등 품종을 앞세운 국내산 돼지고기들이 출시되면서, 이제는 소비자들도 돼지고기의 원산지를 따지고 어떤 품종의 돼지고기인지에 따라 소비여부를 고려하게 됐다. 천편일률적이었던 돼지고기 시장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품종의 유색돼지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돼지 품종은 국내 돈육 생산량 중 0.3%만을 차지하는 요크셔, 버크셔, 듀록이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 데다 희소성이 높아 새로운 맛의 경험과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의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품종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더 자주 돼지고기를 먹고, 돼지고기 소비에도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축산업계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농식품 생산자들도 이 같은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딸기 시장의 경우, 국내산 딸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설향 품종 이외에도 논산의 장희, 담양의 죽향, 거창의 육보 등등 지역별 품종을 언급한 차별화 제품 출시가 확대하고 있다. 감소세였던 토마토 소비량이 2016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한 원인도 ‘특수 방울토마토’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반 방울토마토보다 비싸지만, 희소성과 함께 시각적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상품이 ‘까다로운 소비자’들의입맛을 충족하며 특수 방울토마토의 판매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가공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라면시장 규모 침체 속에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라면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라면업계는 원래 한가지 히트 상품이 떠오르면 그 상품을 진득하게 밀고 나가는 전략을 취했지만, 다양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전략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연평균 라면 신제품은 이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었고, 실적도 좋은 편이다.

 

한발 더 나아가, 가공식품 업계는 이런 흐름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제안한 특이 레시피들을 후보로 올리고 온라인 투표를 벌여 한정판 신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라면 맛을 내는 과자나 마요네즈 비빔면 등과 같이 기존 제품들과 맛을 결합한 특이 상품을 출시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환기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에게는 친숙함과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개성 강한 소비층이 늘면서 희소성 마케팅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능동적 소비자, 고기 소비 패러다임 바꾼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2019년 푸드 트렌드’에서 ‘농식품의 품종을 이해하고 소비하는 사람이 늘면서 가격보다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선호를 파악하고 까다로운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농식품이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측했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기업은 상품 이용과정에서 즐거운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거나, 제품 생산 및 판매 과정에서 친환경·동물복지·아동구호·공정무역 등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온라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들은 제품 후기 콘텐츠를 재미있게 만들어 SNS에 확산시키고, 브랜드의 진정성에 환호한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농식품이 재배되고 사육되는 환경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물복지 축산물, 방목형 축산물에 대한 선호도 맥을 같이 한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생산·유통에 참여하고 제품의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존의 제품을 능동적으로 조합하거나 제품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 다른 소비자들에게 제품 구매의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지금 소비자들은 ‘편리’와 ‘가치’, ‘가성비’와 ‘가심비’ 사이에서 합리적인 절충지대를 선택하고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삶의 방식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