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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탐방]제주시 조천읍 영축산업 신동진 대표
2019-09-30


“즐겁게 양돈하는 환경 함께 만들어야죠!”

 

한돈농장 운영에 참여하고 나서, 비로소 알았다. 아버지께서 얼마나 많은 고생으로 이 농장을 일궜는지, 또 한돈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정성과 노력으로 매일을 살아내는지를 말이다. 제주시 조천읍의 영축산업 신동진 대표는 이 열정의 이야기를 후대에 잘 전해주기 위해, 오늘도 고심이 깊다.

 

“한돈농장 운영을 시작하고 한돈농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떤지, 현실 직시했어요. 이 인식의 벽을 넘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좋다는 것은 다하는 것 같은데, 지침을 잘 따라 하고 있는 것도 같은데, 그래서 분명히 뭔가 개선이 되고 있는 것도 같은데, 인식의 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네요. 쉽지가 않아요. 농장의 ‘생산성’에 대해 이야기해 본 지가, 정말 오래됐습니다.”

 

이 말에 영축산업 신동진 대표의 현재진행형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열정의 한돈농장과 마주하다

제주도 조천읍에 위치한 영축산업의 모태는 삼축산업이다. 신 대표의 아버지는 제주도의 성이시돌목장에서 양돈사업 부문을 담당했던 베테랑 한돈인이자, 1980년대부터 직접 한돈농장 ‘삼축산업’을 운영하기 시작한 1세대 한돈인이다. 어린 시절 신 대표가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결심할 정도로 신 대표 아버지는 한돈농장을 열성으로 운영했다. 인생의 신념을 만들어 준 아버지가 신 대표에게 한돈농장으로 들어오라고 했을 때, 망설임은 있을 수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한돈농장을 운영하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신 대표는 미국에서 제주도로 날아왔고, 제주양돈농협에서 1년 정도 사회 경험을 쌓은 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농장 삼축산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신 대표의 농장인 영축산업의 문을 열었다.

 

“어릴 때 가끔 농장에서 일손을 돕는 정도로만 일을 해봐서, 사실 농장의 속사정은 잘 몰랐어요. 축산 관련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현실이 기대와 달랐던 것은 당연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뭐지’란 느낌도 있었어요. 어떤 차이냐고요? 이를테면 저는 한돈농장에서 일해도 직장에 다니는 것만큼의 생활 여유는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밤낮없이 일이 생기는 곳이 농장이더라고요.(웃음)”

 

신 대표가 이 길을 계속 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충분한 이유도 그때까지 몰랐던 한돈농장의 속사정에 있었다.

 

“한돈농장에서 일하면서 알게 됐죠. 한돈농장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힘을 다하고 있다면 그 일은 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선배 한돈인의 열정은 신 대표가 한돈농장과 관련한 교육이나 세미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우며 자기계발에 매진하게 만든 동기가 됐고, 이는 신 대표가 자신의 철학을 담은 한돈농장을 완성하는 계기가 됐다.

 

아버지의 믿음 직원들의 신뢰

신 대표가 농장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딱 2주 후 아버지는 농장 운영 책임 전부를 신 대표에게 위임했다. 이는 그동안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해내는 신 대표를 향한 아버지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아버지는 농장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두명 있으면 의견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아버지는 농장 운영에 관한 모든 것에 조언은 아끼지 않으시지만, 최종 결정은 저에게 일임하셨어요. ”

 

아버지의 빈 자리를 가득 차게 메워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직원들이었다. 현재 영축산업의 농장장과는 아버지 때부터 약 30년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고, 가장 짧게 근무한 직원의 근속연수도 10년 가까이 된단다. 초보 한돈인 신 대표에게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였다.

 

“아버지의 리더십 밑바탕에는 ‘내가 손해 보는 것이 리더십’이란 인식이 깔려있어요. ‘희생’이죠. 직원들의 신뢰를 받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아버지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고 또 때로는 설득하는 모습을 보면서, 리더십이 무엇인지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아버지만큼 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아버지와 닮았다는 평가만 들어도 영광일 것 같습니다.”

 

신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아버지의 리더십을 똑 닮았다. 신 대표의 리더십에도 사람을 포용하는 따뜻함이 가득한데, 이는 직원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농장장 등 직원들의 의견이 틀린 것이 아주 아니란 판단이 들면 최대한 수용해요. 정말 잘하시니까요. 물론 서로 팽팽하게 의견이 맞설 때도 있죠. 그럴 때는 두 가지 모두 시도해 보고, 더욱 나은 것을 선택해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영축산업의 발전을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재래돼지 유전자 후대에도 물려줄 것

이러한 아버지의 믿음과 직원들의 신뢰는 신 대표가 새로운 변화를 단행하는 길에 큰 힘이 됐다.

 

“갈수록 수입육 시장이 커질 것이고,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두고 아버지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 주목한 것이 고급육 시장이었고, 그에 적합한 것이 제주 흑돼지였어요.”

 

제주도에서도 여러 농장에서 100% 흑돼지만 키우는 곳은 흔하지 않고, 흑돼지는 다른 돼지와 비교했을 때 생산성 측면에서 그 매력이 덜하지만, 신 대표는 노력으로 극복할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 그것을 증명해냈다.

 

“흑돼지로 바꾸고 성적이 떨어졌는데, 다행히 점점 성적이 개선되고 있어 뿌듯해요. 최상위권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유 돼지 숫자 셀 때 또 출하할 때는 정말 뿌듯해요. 출하 전날에는 웬만하면 약속도 안 잡고, 직접 출하합니다. 아버지 칭찬이요? 워낙 무뚝뚝하셔서 칭찬을 잘 안 하세요. 다만 꾸중하지 않으시니까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는가보다라고 짐작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실 신 대표가 농장을 100% 흑돼지로 바꾼 이유가 ‘시장성’ 하나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라지고 있는 제주도 재래 흑돼지 유전자를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저는 선배 한돈인들로부터 제주도 재래돼지 유전자를 물려받았어요. 그 기회를 우리 후배들에게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주도 재래돼지 유전자를 지켜낼 책임과 의무가 저에게도 있는 것이죠.”

 

현재 신 대표는 제주흑돼지생산자회 등에서 활동하며 제주 재래돼지 유전자를 지켜내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지금은 지방이 두꺼운 것이 인기가 없어요. 유통도 어렵고요. 그런데 제주도 재래돼지는 등지방이 상당히 두껍죠.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요즘 고민 중입니다.”

 

“생산성 고민하는 축산인”

 

이 대목에서 신 대표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스쳤다. 냄새, 퇴액비, 미허가 축사 문제와 이와 관련한 민원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지난 2~3년간은 물론 지금도 농장 생산성은 뒷전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어릴 때, 아버지는 아버지 친구분들과 만나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현실이 만만치가 않네요.”

 

“생산성을 고민하는 축산인이 되고 싶다”는 신 대표의 말에 그의 고심이 얼마나 큰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저는 양돈업을 하기 좋은 환경을 물려준 선배 한돈인들 덕분에 즐겁게 양돈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혜택도 누렸죠. 그러니 저도 양돈 후배들에게 ‘양돈하기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죠. 양돈하기 좋은 환경요? 양돈인들이 만나면 당연하게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생산적인’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이요. 우리 후배들에게 그런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반드시 그런 날이 오겠죠?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