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돼지나 물과 산소가 없다면 존재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산소’ 공급이 3분 정도 중단되면 생명을 읽고, ‘물’ 없이는 3일을 견디기 어려우며, 아무것도 ‘먹지’ 않고는 3주를 못 버틴다는 것이 정설이다.

양돈에서 이에 대응하는 것이 바로 ‘환기, 물, 사료’인데, 최대 환기를 하는 혹서기 돈사에서 시원하고 깨끗한 물 공급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이유이다. 돼지의 신체 수분량은 성돈이 약 50%, 자돈이 약 80%이다. 수유모돈의 물 섭취량은 사료 섭취량과 젖 생산량에 정비례한다. 돼지에게 물 공급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돼지가 건강하면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양질의 단백질, 지방, 비타민과 미네랄을 생산한다. 깨끗한 공기, 맛있는 사료와 더불어 건강한 물이 공급돼야 하는 연유이다.

물을 그냥 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너무 흔해서 중요성을 망각하기 쉬운 물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물이 돼지에게 미치는 영향

물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능을 한다. 그러니 먼저 물이 돼지에게 어떤 유용한 기능을 하는지 알아보자. 이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 내 농장 돼지의 사양관리와 위생관리의 포인트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첫째, 사료를 소화하고, 영양소를 흡수해 필요한 세포까지 운반하는 데 관여한다. 산소, 호르몬 같은 물질을 혈관으로 전달할 때에도 수분이 필수다. 수분이 부족하면 호르몬 생산과 전달에 장애가 생기고, 호르몬 간 불균형도 유발한다. 번식용 돼지 번식장애와 비육돈 성장 불량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체외배출을 위해 세포에서 폐나 신장으로 독소를 제거할 때에도 수분이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 혈액, 소화액 등 여러 가지 분비액의 주성분이 된다. 탈수가 만병의 근원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혹서기에 충분한 급수가 되지 않으면 쉽게 탈수상태에 빠진다.

셋째, 신체 장기에 있는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물이 없으면 세포 형태도 없고 장기 형태도 없다. 수분이 모자라면 내장기관과 관절 부위 손상이 쉽게 일어난다.

넷째, 수분은 체내 삼투압 조절과 전해질 균형 유지에 필수이다. 전해질 간 농도에 균형이 깨지면 조직 세포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모든 대사 과정에서 촉매작용을 한다.

다섯째, 호흡기와 피부로 열을 발산해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시원한 물이 최고의 해열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이 쫄쫄 나오게 하고 물탱크에 타는 해열제 약물은 위궤양 같은 부작용을 촉발할 수도 있다. 혹서기에 돼지가 열 발산이 어렵다면 열사병으로 이어진다. 밀사가 심한 농장에 시원한 물 공급대책이 없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건강한 물’이 건강한 돼지’를 만든다.

주지하다시피, 돼지가 마시는 물이 정상적인 본래의 기능을 하게 하려면, 돼지에게 ‘건강한 물’을 급여해야 한다.

여기서 ‘건강한 물’의 기준은 돼지 입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안전하고 깨끗해야 한다 △신체에 유익한 미네랄이 들어 있어야 한다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물에 녹아있는 용존산소가 충분해 마실 때 청량감이 있어야 한다 등이다.

이 중에서 특히 혹서기에는 물의 청량감이 중요한데, 대개 물의 온도가 10~15도 일 때 청량감이 가장 높다. 물탱크에 저류됐다 공급되는 물의 온도는 20도를 쉽게 넘겨 시원하지 않은데,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돼지에게 안전한 물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란 등 유해물질이 없는 물이다. 돼지가 마셔야 할 물에 분뇨, 환돈의 타액 등이 있다면 안전하지 않은 오염된 물이다. 특히 모체이행 항체가 바닥이 나고 능동면역력이 취약한 이유자돈이 마시는 물이 오염되면, 설사병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장누수증후군, 부종병, 뇌막염, 호흡기질병, 관절염 등으로 연결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 농장 모든 돼지가 건강한 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일과 중 중요한 업무이다. 아울러 생명존중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말 못 하는 돼지는 생산성 하락으로 앙갚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