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가 거짓말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 들어온 생삼겹 맞다니까요, 거참, 깐깐한 새댁이네!'
 
마트에서 정육 코너를 담당하던 직원이 거짓말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졸지에 깐깐한(뉘앙스는 거의 버르장머리 없다로 들렸다!), 새댁(뭘 모르는이란 의미로 갖다 붙였을 수도) 소비자가 되고 말았다. 
 
 
얼마 전 삼겹살을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생긴 일이다. 핵가족 시대에 맞춰 적당량으로 나눈 소포장 상태의 돼지고기를 살피던 중, 축산물 이력제 기사(본보 8월 21일 자 27면 보도)를 썼던 기억이 나서 스마트폰 이력제 앱을 가동했다. 포장 겉면에 표시된 돼지 묶음번호 혹은 개체식별번호를 쳤더니 뉘 집(농장) 돼지였는지, 언제·어디에서 도축되고 가공·판매돼 그 자리까지 왔는지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가 주르르 올라왔다.
 
 
한데, 돼지 이력번호에서 나온 도축 일자가 2017년 8월 7일. 이미 4주에 근접하는 생삼겹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어 내심 고민하고 있는데, 정육 담당 직원이 오늘 들어온 생삼겹이라고 강조하는 바람에 발끈하고 말았다. '그 말씀도 맞는데요, 오늘이라는 건 제품을 소포장한 날짜이고, 팩 속에 들어 있는 고기는 3주도 전에 도축한 거잖아요.' 그제야, 그분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돼지고기는 숙성이 돼야 맛있어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도 아니고, 돼지고기의 숙성 기간과 유통기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그날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이후, 의문이 풀렸다. 즉, 돼지고기가 가장 맛있을 때는 도축한 지 3~5일째 되는 날이고, 진공 포장이 된 경우 냉장보관 시에는 30~45일도 유통 가능한 기간으로 잡는다는 것. 하지만 진공 포장을 했더라도 신선도는 20일 정도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판매처에선 대략 20~27일의 기한을 정해 입고 관리를 하는 편이다. 한 달 가까이 된 거라면 해당 매장에서 재고 관리를 못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알아둬야 할 것은 진공 포장 상태의 냉장 보관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긴 하지만, 도축한 지 30~40일 만에 개봉한 고기를 소분(작게 나눔) 작업을 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하면서 다시 3~4일의 유통기한을 정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소비자의 선택은 자명하다. 도축한 지 한 달 이상이 되는, 찜찜한 돼지고기지만 유통기한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그냥 사 먹든가, 아니면 좀 더 깐깐한 소비자가 되어서 그보다는 덜 오래된, 비교적 신선한 고기를 찾아서 구입하는가이다. 어쩌면 국민의 알 권리를 충분히 활용하는 현명한 소비는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건 아닐까! 
 
김은영 선임기자 key66@
출처 : 부산일보 (2017.09.4)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70912000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