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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탐방-경남 거창 더불어행복한농장 김문조 대표
2019-01-03


 

 

 

돼지가 행복한 농장

더불어행복한농장엔 약 2,500마리의 돼지가 살고 있다. 100평 남짓한 돈사, 한 동엔 약 85마리의 돼지가 지내고 있다. 신나게 놀고 있는 돼지들의 모습. 갑자기 돈사 안을 질주하고, 천장에 매달린 장난감을 툭툭 건드려 보기도 한다. “돼지는 돈사안에서 80마리가 넘어가면 자기들끼리 서열 인식을 못해요. 불필요한 투쟁도 일어나지 않죠.”
더불어행복한농장의 돼지들은 모두 군사 형태로 사육된다. 돼지들 간의 사이는 좋다.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돼지 입장에서 그렇다. 사료를 먹을 땐 차례를 기다리고, 심심할 땐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는 게 아니라 바닥을 뒹굴며 논다. 힘이 약한 돼지도 배고픔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조금만 기다리면 언젠가는 자신의 차례가 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료에 곰팡이 독소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이곳의 사료는 철저히 3일을 넘기지 않는다. 축사 안의 돼지들을 보고 있는데 뭔가 신기했다. 돈사 특유의 분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분변 냄새가 심하다는 건 소화에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돼지나 사람이나 똑같죠.” 김 대표가 말했다. 지난해 대한한돈협회에서 발표한 국내 한돈농가의 평균 사료 요구율은 3.21. 더불어행복한농장의 사료 요구율은 2.6에서 2.7이다. 사료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으니 불필요한 사료는 먹지 않는 것. 덕분에 이곳에선 별다른 장비 없이 순환시스템만으로 분뇨를 처리한다. 갑자기 김 대표가 긴 국자를 가져오더니 액비를 퍼냈다. 김 대표는 퍼낸 액비를 그대로 자신의 손에 부었다. “냄새 한 번 맡아 보시라”는 김 대표. 처음엔 거리낌이 있었지만 냄새는 전혀 없었다. 커피 향 비슷한 구수한 냄새만 날 뿐이었다.

MSY 30두를 목표로

김문조 대표의 휴대폰 뒷자리 번호는 ‘3024’다. 3024의 의미는 MSY 30두, 모돈 회전율 2.4회전을 의미한다. 15년 전 네덜란드, 덴마크 등 축산강국이라 불리는 북유럽 국가들을 방문한 후 세운 목표다. 김 대표가 유럽 축산의 높은 생산성의 근간이라고 판단한 것은 동물복지. 동물복지 농장이 돼지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어미돼지의 출산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유럽의 사례를 연구하며 그가 고민한 것은 모돈의 군사 수용. 먹이에 대한 욕구를 조절하며 동시에 수태율을 높게 유지하는 건 유럽에서도 어렵게 여겨지는 일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김 대표가 고안해낸 건 유럽의 장비와 국내 스마트팜 소프트웨어를 결합시키는 것. 모든 돼지들의 급이와 급수를 정밀하게 관리함과 함께, 모돈들이 사료가 충분히 공급되는 걸 인식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데 익숙해지자 수태율은 눈에 띄게 올랐다. 김 대표는 “돼지가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은 환경”이라고 말한다. 마음껏 사료를 먹으며 자유로이 뛰노는 돼지들, 그리고 냄새 전혀 없는 돈사.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문조 대표는 한숨을 쉬었다. “저희 농장의 사례를 발표하면 다들 감탄해요. 하지만 시작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에요.” 더불어행복한농장은 국내에서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한 12개의 돼지 농장 중 하나다. 김 대표는 2005년부터 농장 운영을 시작해 지난 2016년 6월,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획득했다. 우리나라의 양돈농장 중 동물복지인증을 획득한 농장은 2018년 현재 12개. 김 대표가 획득한 16년과 비교해 제자리다. 김 대표는 현행 동물복지농장의 가장 큰 문제를 ‘생산성의 저하’로 꼽는다. 규모와 상관없이 생산성이 맞으면 시도라도 해볼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한돈농가가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면 농장만 인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농장과 동시에 도축장, 운송 차량까지 동물복지 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김 대표는 “동물복지로 키우면 생산성이 더욱 향상돼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반토막 나는 농가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제도는 계속해서 개선과 보완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니 생산성이줄어든다는 것. 규모가 줄어드는 건 괜찮아도 생산성이 줄어드는 건 축산인 입장에서 자괴감이 들 수 있는 일이다. 더불어행복한농장의 돼지들은 부경양돈조합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그중에서 ‘동물복지’ 마크를 달고 나가는 상품은 약 10%. 나머지 90%는 일반 돼지와 함께 판매된다는 뜻이다. 어렵게 돼지를 키워 내놔도 판매가 안 되어 시간이 지나 일반 돼지고기로 판매되는 것. 한돈 전체 개체 수 대비 동물복지 농장에서 키우는 돼지의 비율은 0.00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조 대표가 동물복지농장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고 싶기 때문.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 김 대표는 소비자와 정부, 농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의 인식이에요. 동물복지에 맞게 키웠다는 상품이 분별력이 없어지면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거든요. ‘동물복지’ 마크를 달았을 때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가들이 더욱 힘쓸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유럽의 경우에는 국가에서 인증만 하면 사후 소비는 소비자단체가 참여해요. 우리나라의 소비자단체들도 동물복지 상품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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