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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탐방-전북익산 민솔농장 오석재 대표
2019-01-03


농장은 저에게 가족입니다

 

 

오석재 대표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민솔농장 제1농장. 섭씨 39도에 이르는 폭염 때문에 직원들이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혹시 여기 돼지 분뇨 냄새나요?”
오 대표가 조심스레 물었다. 돈사 바로 앞, 1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느낀 그대로 말했다. 악취 문제는 양돈농가의 주된 골칫거리. 매년 지자체에서는 소, 돼지, 닭 등을 키우는 축산농가로부터 발생하는 악취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민솔농장은 미생물을
배양, 물과 사료에 넣어 돼지들에게 먹이고 있다. 오 대표는 항상 ‘악취 저감’을 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양돈업에 종사하면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민솔농장은 지난해 농식품부로부터 ‘깨끗한 축산농장’ 상을 받았다. 민솔농장 바로 건너편엔 오 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


열 마리의 돼지를 4,500마리로 키우다


다시 돈사로 돌아가야 할 시간. 화기애애하게 쉬던 직원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돼지들을 돌봤다. 오석재 대표도 마찬가지. 돈사의 작은 설비부터 시작해 자돈, 모돈들의 상태까지 일일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챙겼다. 오 대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농사를 지었다. 다른 집 농사를 도우며 생계를 잇기도 하고,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농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학업을 마친 뒤엔 국가의 지원을 받아 영농후계자 이름을 달고 배 농사를 지었다. 오 대표가 양돈을 알게 된 것도 이때. 자신이 키우는 배나무에 줄 퇴비를 얻기 위해 돼지 열 마리를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엔 믿을 수 있는 퇴비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 돼지를 키웠어요. 그때만 해도 돈 주고 사와야 할 만큼 퇴비가 귀했거든요. 제가 돼지에 ‘올인’할 줄은 전혀 몰랐죠.”

가축을 키우는 데 흥미가 있었던 오 대표는 조금씩 돼지의 머릿수를 키워나갔다. 퇴비를 목적으로 들인 돼지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양돈은 민솔농장의 주된 사업이 되었다. 여기엔 김영교 농장장의 도움이 컸다. 농업에만 종사해 돼지를 키우는 데 있어 오 대표에게 부족한 부분은 김 농장장이 메꿔줬다. 지금도 농장의 기계와 설비에 대한 부분은 주로 오 대표가, 돼지의 사육과 관련된 부분은 김 농장장이 맡는다. 두 사람의 조합은 성공적이었다. 15년 전, 열 마리로 시작한 민솔농장의 돼지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 4,500마리로 늘었다.
 

돼지 수와 함께 직원의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현재 민솔농장에서 일하는 직원 수는 9명. 오 대표는 “돼지들의 사육두수가 늘면 반드시 사람을 뽑는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농장 경영에 있어서 이들을 단순 직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김 농장장을 비롯한 민솔농장 직원들에게 오 대표는 형, 오빠와도 같은 존재다.

질병이 들어올 수 있는 경로는 원천봉쇄


민솔농장은 돼지 출하·분뇨 운반 차량을 운전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사료 운반을 제외하고는 모든 차량을 자체적으로 운영, 관리하는 것. 외부 업체를 통해 처리하는 게 저렴하고 편함에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단 하나,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호남 지역은 그동안 구제역의 청정지대라고 여겨져 왔다. 그렇지만 다른 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으로써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다행히 민솔농장은 지금껏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 피해를 한번도 입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우리는 운이 정말 좋은 경우”라며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항상 방역을 철저하게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오 대표와 김 농장장은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이 옮는 원인이 농장과 농장을 오가는 차량과 사람 때문이라 여겼다. 민솔농장의 돼지는 도축 전까지 외부 차량과 일절 만날 일이 없다. 농장에 들어오는 유일한 외부 차량은 사료 운반차. 여기엔 3단계에 걸친 철저한 방역을 시행한다. 민솔농장은 장기적으로는 사료 차량까지 내부적으로 구비함으로써 농장 운영과 관련된 모든 차량을 직접 관리할 계획이다.

끊임없는 실험만이 답이다


오석재 대표는 자신을 ‘못 배운 사람’이라 칭했다. 대신 오 대표는 ‘직접 해보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오 대표의 농장 운영은 실험의 연속이었다. 애초에 양돈 산업을 시작한 것도 여러 시도 끝에 나온 결과였다. 퇴비를 얻기 위해 키우려고 시도했던 동물들은 개, 사슴, 오리 등이 있었다. 여러 실패를 거듭한 끝에 돼지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였다.


많은 축산농가가 더위로 시름을 앓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오 대표는 어떤 돼지들이 가장 더위로 고통받나 직접 관찰했다. 그가 주목한 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그대로 맞고 있는 돼지들. 몸이 뜨거워져도 움직이지 않는 돼지들의 모습을 보고 그는 검은 그늘막을 창문에 달기로 결정했다. 통풍을 위해 창문을 막지 않고, 햇빛도 일정량 막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 결과 돈사 안으로 들어오는 직사광의 양이 50% 이상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고통받는 돼지의 수도 줄었다. 얼마 안 되는 햇빛을 여전히 맞고 있는 돼지들은 농장 직원이 달래 움직이게 만든다. 

 

오 대표는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믿는다. 냄새 저감을 위해 미생물을 배양할 때도 5개사에서 판매하는 미생물을 구매, 직접 테스트해본 뒤 민솔농장의 돼지들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선정했다. 지금도 오 대표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해서 시도 중이다. 지난 2016년엔 김영교 농장장과 함께 농업마이스터대학 양돈전공 과정을 마쳤다. 많이 알수록 더 많이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열 마리의 돼지로 시작해 지금까지 온 오석재 대표. 그에게 농장이란 가족과도 같은 존재다. 오 대표가 강조하는 건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기본’이다. 한 마리를 키울 때나 천 마리를 키울때나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 오늘도 민솔농장 사람들은 돼지들과 함께한다. 돈사를 항상 깔끔하게 청소해 주고, 분만하는 돼지가 있으면 옆에서 직접 간호한다. 날씨는 덥지만 민솔농장의 분위기는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돼지들도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요. 말 못한다고 마구 때리면 그 자리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아요. 하지만 정을 주면 얘네들도 자기 주인을 알아봐요. 툭 툭 쳐주면 알아서 움직여 주거든요. 돼지들도 마음으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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