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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나의 장자방일세!”
2009-02-02

“홍 부장은 다 좋은데 그 술 먹는

버릇만큼은 이젠 버려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어제 점심 때 저를 불러내어 저에게

돼지고기 수육과 칼국수에 이어

술까지 사 주신 P사장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그건 어제도 마찬가지로 P사장님과

동석한 지인들이 따라주시는 술을 거침없이

‘원샷’으로만 마셔대는 저의 건강을 염려하신 것이었죠.

순간 여전히 저를 걱정하여 주시는

P사장님이 새삼 그렇게 참 감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치기가 발동하는 바람에

한껏 큰소리를 치는 건 잊지 않았지요.

“하하~ 제가 딴 건 몰라도 원래

술 하나는 시원스레 잘 마시지 않았습니까?”

3년 전 하시던 사업이 불황의 어두운 터널에

걸리는 바람에 정리하신 P사장님과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 사장이 바뀌었지만 사람됨에

마치 쥐알봉수와도 같아 저도 이내 그 직장을 관두고 나왔지요.

P사장님과는 6년간을 같이 한솥밥을 먹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누구보다 일찍 출근했으며

열심히 일하고자 노력하는 것엔 변함이 없었지요.

다른 지인의 천거(薦擧)에 의해

P사장님과 일을 한 지 불과 6개월이나 지났을까요.

하루는 퇴근하려는데 P사장님이

저녁을 사줄 터이니 잠깐 남으라고 하더군요.

하여 사무실 앞의 중국집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탕수육에 중국술을 마시는데 P사장님 말씀이 불쑥

“홍 부장, 지금 이 자리서 나에게 각서(覺書)를

한 장 써 주면 안 되겠나?”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대체로 ‘각서’라는 건 어떠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내용을 적은 문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각서는 통상 무슨 잘못을 했을 경우에 그 잘못을 다신

않겠노라는 증표로서 요구하며 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쭈어봤지요.

“제가 뭐 잘 못한 일이라도?”

그러자 P사장님은 이내 호탕하게 웃으셨습니다.

“허허~ 오해는 말게.

내가 홍 부장에게 요구하는 각서라는 건 다름이 아니라

내가 이 사업을 접을 때까지 변치 말고 나랑 함께

일을 하겠다는 그런 내용의 각서를 써 달라는 거니까 말일세.

내가 이 사업을 하면서 숱한 사람들을 겪어봤지만

자네처럼 성실한 사람은 처음 봤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무게는 천금과도 같도 아울러

그 사람의 속내까지를 유추할 수 있는 법입니다.

그처럼 진실로 저를 믿고 계시구나... 라고 생각하니

새삼스레 더욱 투철한 충성심이 솟았음은 물론이었지요.

“각서는 안 써 드려도 제 맘은 변함없을 겁니다.”

“아무튼 자네는 나의 장자방일세!”

이후 저는 더욱 열심히 일했고

P사장님의 저에 대한 신망도

철옹성으로 굳어졌음은 물론이었지요.

모든 사업을 접으시고 등산을 즐기며 노후의

건강을 더욱 챙기시는 P사장님께선 여전히 저를 아끼십니다.

식당을 나와 헤어지면서 저는

P사장님께 머리 숙여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곤 아양을 떨었지요.

“올해는 더욱 건강하시고 오늘처럼 제게 술도 자주 사 주세요.”

P사장님께선 흔쾌히 응답하셨습니다.

“홍 부장이 술 먹고 싶음 언제든 연락해.”

새삼 그렇게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이라는 실타래를 떠올려본 어제였습니다.

P사장님께서 늘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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