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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화 杞憂 기우 : 쓸데없는 걱정
2011-10-14
제 2 화 杞憂 기우 : 쓸데없는 걱정


제 2 화 杞憂
           기우 : 쓸데없는 걱정

 

멀리서 양돈을 하는 동갑내기가 전화를 했다. 
 
얘기인 즉 7월부터 사료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던 항생제가 모두 빠졌으니 불안해서 죽것단다. 
뭐가?
'PRRS 어지간히 안정화 되었겠다, PMWS는 진즉에 백신으로 잘도 눌러놓았겠다. 
모돈들 여기저기서 찔러 넣었던 데로 순풍순풍 새끼들 잘도 쏟아내겠다. 
남들 닭똥 같은 눈물 뚝뚝 흘리면서 죄 없는 돼지들 땅 속에 쳐 넣고 담배 한 갑, 쐬주 댓병을 앉은 자리에서 작살 낼 때 자긴... 표정관리 하느라 어려웠다메?'
 
그간 짭조롬하게 돈 좀 만졌으니 상감마마 부러울 게 없을 터인데 뭐가 걱정이야?' 
하기사 내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무림양돈계에 뭔 질병만 터지면 수의사들 옴짝달싹 못하게 몇 개월이고 대책 없이 묶여 하루 한 두 끼만 먹고 산 기억이 아직도 새로운 터... 나도 배알이 꼬일데로 꼬인지라 가는 말이 까칠했나보다. 
 
...이놈의 밴댕이 소갈머리 하고는 ㅉㅉㅉ... 
사실은 이친구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항생제가 사료에서 빠진 다음의 일이 걱정된다는 양반들이 꽤나 있었다. 
향후에 이걸 얘깃거리로 세미나를 해야 할 정도이니... 이렇게 걱정하는 일을 가볍게 넘겨서는 아니 될 것 같았다. 
 
 
이런 양반들의 우려하는 바를 나름 종합해 보면 결론적으로 그간 사료에 첨가되었던 항생제 덕분에 농장에서 문제가 되어 온 질병들이 효과적으로 예방, 치료되어왔다는 것이고 따라서 앞으로는 농가 스스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질 거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얘기를 풀어나가려면 우선 그간 우리나라 양돈사료에 첨가되어 왔던 항생제가 무엇이었는지부터 알아봐야겠다. 
 
2009년 이전만 하더라도 많은 종류의 항생제가 질병의 예방, 억제, 사료효율이나 돼지성장촉진 등을 위한 목적으로 배합사료에 사용되었었다. 대표적인 약이 CTC나 OTC, 린코마이신, 네오마이신, 페니실린, 콜리스틴 등인데 2009년 1월부터 사료공장에서 이런 약의 배합을 금지시켰고 올 7월부터는 나머지 항생제, 예를 들면 플라보마이신, 버지니아마이신, 설파치아졸, 티아무린, 타이로신 등등의 약들도 모두 금지시켰다. 
 
그런데 이런 약들은 여러분의 기대와는 달리 모두가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써왔던 게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들 약품 중 상당수는 단순히 성장촉진 효과를 위해 정부가 지정한 한계치만큼만 쓰여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바시트라신 같은 경우, 세군성 장염이나 괴사성 장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제인데 치료를 위한 투여량이 사료 톤당 275g이다. 그런데 아래 표를 보면 허가된 양이 33g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몇몇 약제는 치료수준까지 허가된 것도 있다. 아프라마이신, 타이로신, 티아무린 등은 돼지 사육단계별로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치료량까지 허가되어 지난 7월 이전까지 사용되어 오기는 했다.  

 
 
그러나 2009년 이전까지 사용되어 왔던 항생제의 종류나 첨가수준에 비해 그 이후의 항생제 사용 수준은 크게 축소되었고 지난 7월 이후에는 아예 항생제가 모두 빠져버렸는데도 불구하고 양돈 현장에서는 농장에 상재하는 세균성 질병들, 예를 들면 흉막폐렴, 글래서씨병, 대장균증, 살모네라증, 회장염, 마이코플라즈마성 폐렴 등등으로 농장이 어려움을 겪는다든가 절단 났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두 가지 이유로 풀이하고자 하는데 우선 첫째는, 아무리 사료 내 항생제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수의사 처방제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돈장에서는 이전과 같이 자유롭게 항생제를 쓰고 있어서 자가 치료엔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간 써코바이러스나 PRRS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이 나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2차적인 피해가 급격히 줄어들어서 일거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필자의 생각은, 정부가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사료 내 항생제 첨가를 전면적으로 금지시켰다면 후속대책으로 수의사 처방제도도 시급히 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료에 항생제가 빠지면서 사양가는 오히려 막연한 세균성 질병의 확산 공포를 가지게 되고 일부 이익집단이 이를 은근히 부추겨서 사양가 스스로 항생제를 오용, 과용, 남용하도록 만드는 병리현상이 현실화되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도 수의사 자신이 높은 도덕성과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이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수적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사양가는 사료 내에 항생제가 빠졌다고 해서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말 농장에서 상재성 세균성 질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던 농장이고 앞으로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전문 수의사에게 의뢰해서 적절한 크리닝 대책을 세워 처리하면 된다. 요즈음처럼 돈가 좋을 때 전문가의 손맛을 느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무튼 필자가 보기에 오늘날 양돈장의 위험요소는 사료에서 항생제가 빠진 일이 아니라 오히려 무분별한 재입식 과정에서 농장에 몰래 스며들었을 PRRS, 살모넬라, 돈적리 등등의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의 공격이니 이에 대한 점검부터 해보는 것이 우선이 아니겠는가? 씰데 없는 걱정은 붙뜨러 매고 말이다.
 

    [월간양돈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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