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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FMD 사태가 주는 교훈
2011-07-29
2011 FMD 사태가 주는 교훈

2011 FMD 사태가 주는 교훈

김선경 대표 (Culture & Solution)

1. 들어가며
2010년부터 2011년에 발생한 한국의 구제역은 대만, 영국과 더불어 구제역의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345만두의 가축 대부분을 생매장과 그에 준하는 방법으로 살처분 한 것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번 구제역 살처분은 경제적인 이유나 질병이라는 측면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합리화 할 수 없는 사건이다. 종교단체, 시민단체, 환경단체 등 전국적으로 표출된 살처분 반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비이성적인 살처분은 이루어졌다. 전문가와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학살을 아무도 막지 못했고, 축산농가는 공포와 국가 권력에 억눌려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조차 이를 거부하지 못하였다.
지난 3월 이후 구제역은 수그러들었고, 이제 일반 시민과 언론 등의 관심의 대상에서 구제역은 멀어졌다. 그러나 양돈장의 어려움은 이제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살처분 농장들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 버렸다.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농장의 생산 기반인 종돈(F1)은 구하기 어려워 비육돈을 모돈으로 써야할 실정이다. 농장 정상화까지는 최소한 2내지 3년은 걸릴 것이고, 살처분 이전 상황을 회복하려면 상당히 긴 세월이 걸릴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을 농장의 손실과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다.
또한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축산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악화된 인식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축산업을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형성되었다. 돼지 가격은 폭등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더불어 채식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생명 경시 풍조와 매립지의 환경오염 문제 등은 양돈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이번 구제역 학살로 발생한 피해는 3~7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금액은 상당기간이 지나야 조사가 될 것이다. 국민과 농장들이 입은 직·간접 손실과 앞으로 발생할 비용은 계산조차 어려울 것이다. 인명 피해도 심각하여 자살한 농민과 방역 중 순직한 9명의 공무원이 있고,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의 수는 집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좀 차분하고 냉정하게 구제역 사태를 들여다봐야 한다. 학살은 왜 일어난 것일까? 한국의 축산업계에는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갈등과 반목이 있더라도 질문을 던지고 답하고 토론해야 한다.

2. 2010~2011년 구제역 사태의 세 가지 요인들


가. 살처분 명령 제도의 구조적 문제

살처분 명령은 중앙 정부인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결정되고 지방 자치 단체장에 의해 수행된다. 살처분 의사결정은 농림수산식품부와 가축 방역 협의회의 소수 전문가 집단의 과반수 찬성에 의해 이루어지고, 질병에 대해 전문성도 없고 실질적인 권한도 없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 의해 집행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소수의 인원에 의해 결정되고, 조직적으로 수행되는 살처분은 유대인 학살 사건과 같은 구조적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권력과 지식의 독점문제가 있다. 1종 전염병에 관한 모든 권한이 농림수산식품부에 있으며, 질병 판정 기능도 국가 기관인 수의과학검역원에 집중되어 있다. 구제역에 관한 정보 역시 명령을 결정하는 중앙 기관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독재적 체제와 정보의 독점과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하에서는 구제역 대응과 방역에 대한 다양성을 논의할 수 없으며, 제도적 학살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나. 조직 문화와 리더십의 문제

구제역 사태의 이면에는 독특한 조직 문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명령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운영되는 집단은 효율적이며, 즉각적이고,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방법을 선호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엄격한 상하관계로 이루어진 관료 집단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생각이나 발언이 매우 중요하고 큰 영향력을 가지며, 대부분 그 범주 안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한 두 사람에 집중되어 있는 강한 권력은 편협한 가치관과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조직을 견제하고, 문제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 수의과학검역원의 문제

구제역에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다. 검역원이라는 조직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검역 기능이다. 그래서 정부는 질병 예방은 차단이고, 외래 전염병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구제역이 국내에 발생한 것은 차단과 검역의 실패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 검역원의 기능은 가축의 질병의 예방이나 관리에 적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역원의 기능 특성상 질병 박멸이라는 목표에 집착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검역원은 검역 업무에만 충실하도록 하고 가축 질병은 별도의 기구로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가축 질병 방역 체계 개선 및
 축산 선진화 방안의 문제점

가. 축산업 허가제

축산 선진화 방안의 기본 개념은 축산업을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위치, 시설, 단위면적당 사육두수, 교육 등의 4개의 기준을 통하여 모든 축산 농가를 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들어 있다. 허가제 기준을 어길 경우에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무서운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내용들은 농식품부가 축산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축산인을 무지몽매한 집단으로 여기고 제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을 시켜야 하고, 말을 안 듣거나 규정을 어기면 강하게 응징하겠다고 한다. 국가나 공무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선진화 방안은 해방 이후 국가가 시행해 온 저 농산물 가격 정책과 탈 농민을 통한 산업 노동력 확보의 기본 개념이 깔려있다. 국가의 계획에 의해 축산업을 통제한다는 것은 양돈업을 국가가 보는 관점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이 가지는 위험성은 아프리카 농업의 붕괴, 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 등의 농정 실패와 같은 많은 역사적 실증들이 존재한다. 일방적이고 불균형하고 지나치게 강력한 정책은 실패를 목표로 정하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이번에 만들어진 허가제는 양돈업뿐 아니라 대부분 농업 전반에 국가 정책에 깊게 관여하여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전부 농민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관리와 통제하는 것이 아니고, 농민을 존중하고 진정한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번 선진화 방안에는 축산업을 위축시키고, 한국 실정에 적합한 축산업 형태로의 변화나 발전에 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허가제는 철회되어야 한다.  

나. 구제역 방역 대책

구제역 SOP의 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예방접종 여부에 따라 대응 전략을 구분하고 있고, 앞으로는 국가가 더욱 강력하게 구제역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살처분시 양성 농장은 보상을 80%를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구제역을 농장에서 열심히 하면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여행 및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조치사항 미 이행시에는 80%까지 감액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본 개선안의 문제는 구제역 발병의 원인을 사람에 의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고, 지난 구제역 발병에서도 확인한 것으로 인간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방역을 해도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또한 전 국민을 통제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역 활동은 그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부와 몇몇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질병은 자연 현상이고. 구제역은 자연 재해이다. 이번 선진화 방안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명분인 청정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정책이다. 청정화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를 충분히 논의한 후에 개선안을 확정해도 늦지 않는다. 그리고 관료주의식 관점에서 방안을 찾지 말고. 충분한 협의를 거치면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만도 못한 정책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한다.   

다. 기타 제도 개선안의 문제

농장에 드나드는 모든 차량을 위치 추적 장치까지 활용하여 통제하고, 감시하겠다고 한다. 농장이 교도소인가? 농장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위험한 사람들인가? 그렇게 해서 질병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지금 우리 양돈업계의 방역 수준은 과도하여 문제가 될 정도이다. 한 나라의 산업 전체를 손 씻기를 가르쳐야 하는 어린아이 수준으로 대한다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를 따지고 싶다. 방역은 통제 가능하고, 실현 가능하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시행하는 것이다. 이번 개선안이 강조하고 있는 것들은 질병 방역이 아닌 그저 농장을 그만 두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지난 구제역 때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통제하고, 관광지와 시골 장까지도 폐쇄하는 등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가? 그것이 방역에 무슨 효과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전 국민에게 공포를 주입하고, 서로 감시하고 갈등과 반목을 통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결국 방역에는 실패하고, 축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닌가?
질병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하고, 정부가 해야 할 것과 민간이나 농장에서 해야 할 일을 구분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지금의 방역 대책은 전형적인 환원주의와 병인론에 기초한 방법이다. 질병은 그렇게 해서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 수단과 예방을 혼동하면 안 된다. 그것은 전혀 다르다.     

4. 글을 마치며
양돈산업 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10년 이상을 후퇴시킨 지난 구제역 사태는 자연 현상인 질병에 인재가 더해져 발생한 사건이다. 대부분의 자연 재해는 인간의 오만과 편견과 자기 확신 등에 의해 증폭된다.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의 직접 피해보다 핵발전소로 인한 2차 피해가 더 큰 것처럼 자연을 통제 가능하다고 여긴 인간의 오만에 의해 피해가 커진다. 자연 재해는 대부분 피해가 그리 크지도 않고 오래 가지도 않는다. 구제역도 자연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법과 제도는 모두 나름대로의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축산업 선진화 방안 역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법이나 제도의 목표가 질병 박멸과 같은 폭력적인 것이라면 거기에는 근원적으로 높은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소수의 권력에 의해 운영되는 정부의 전횡과 권력에 의한 폭력을 견제하고 제도의 한계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돈협회의 내부 조직의 다양성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동일한 생각을 가진 집단이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해야 하고, 다른 의견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도 가능한 조직과 운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양돈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정부에 반대되는 의견일지라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농장 경영에 질병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고, 위험성과 문제투성이인 이번 선진화 방안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질병과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인권 유린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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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양돈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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