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양돈산업 위기탈출 해법은 ‘사람’   2010년 11월 29일 경북 안동의 양돈농장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전남북과 제주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의 축산현장을 초토화 시키며, 그 피해규모가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상처와 수많은 과제를 남겼다. 백신 처방으로 큰 흐름은 잡았다지만, 그간 우리나라 전체 돼지두수의 35%에 해당하는 350만두 이상을 살처분 하고서야 겨우 진정국면에 접어들 수 있었다. 전국의 구제역 방역초소 근무에 투입된 공무원을 포함한 인력들 중 몇 분의 희생까지를 포함하여 4개월여에 걸친 구제역과의 사투 끝에 지난 3월 24일 구제역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고, 이제는 안정적인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위기 경보단계를 “심각단계”에서 “경계단계”로 낮추고 겨우 수습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차근차근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정부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의 핵심 내용은 백신의 정기적인 접종, 방역체계의 실질적 강화, 매뉴얼의 철저한 보완을 추진해 나가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가축의 사육환경 개선이다. ‘포스트 구제역’, ‘구제역 이후의 우리나라 축산 대책’ 등 구제역이 휩쓸고 간 우리 축산현장에서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많은 대안, 대책,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많은 주장들을 요약하면, 정부 발표에서 제시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 측면에서는 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결국 전체 두수의 35%가 없어진 우리나라 양돈산업 재건 내지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관행이나 주먹구구식 대응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이 좋아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핵심은 ‘사람’의 변화이다. 구제역 이후의 우리나라 축산업 선진화는 전부 ‘사람’에 의하여 계획되고 ‘사람’에 의하여 개선되고 사람에 의하여 만들어져야 할 내용들이다. 따라서 사람’에게서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제역 이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축산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프로정신’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2. 축산업 허가제   2011년 3월 말 구제역 ‘심각단계’에서 ‘경계단계’로 완화되면서 이제 구제역 이후의 한국 축산 재건과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많은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이슈가 되는 것이 ‘축산업 허가제’이다. 정부 발표 자료를 보면, 방역체계 개선만큼 중요한 과제가 우리 축산업 기반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란 진단 하에 정부는 축산업 선진화 기반 구축의 중요 과제로 논의되고 있는 ‘축산업 허가제’를 2012년부터 도입하기로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축산업 허가제 도입과 관련하여 일부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오히려 축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서 축산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을 확보하고 축산 경영과 방역 등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생산하도록 돕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축산업 허가제는 대규모 농가부터 도입하되,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이미 시행 중인 ‘축산업 등록제’를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등록기준은 소 300㎡, 돼지 등 50㎡ 초과 사육시설로 국한되던 것을 모든 농가로 확대하며, 등록 축종은 소, 돼지, 닭, 오리 등 4종에서 모든 가금류·우제류로 확대된다. 축산업 허가제가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대상․시기․방법 등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생산자단체․전문가 등과 협의를 거쳐 4월 말까지 확정하기로 하고, 현재의 사육 위주에서 사육-운송-도축 단계를 포괄하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HACCP 인증, 친환경 인증 농장 등의 제도도 계속 정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축산업 허가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 축산업 허가제 또한 핵심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축산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면허제와는 달리 허가제는 사람과 시설 모두를 허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가축사육업 허가기준’에는 가축을 기르기 위한 공간과 최소한 갖추어야 할 시설 등에 대한 것과 사람에 대한 것이 정해질 것이다. 가령 축사시설, 소독, 방역, 분뇨처리시설, 시군 재량 기준 등에 대한 세부 기준 등이 마련될 것이다. 아울러 사람에 대한 기준도 제시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이수하여야 할 교육시간은  사육경력 5년 이상 및 소규모 농가는 8시간, 사육경력 5년 미만 농가에 대해서는 16시간, 신규 축산농가는 48시간 교육이수를 의무화 하는 것이다. 이수하여야 할 교육과목을 보면, 8시간의 경우 공통과목 5시간과 축종별 과목 3시간으로 구성하고 공통과목은 축산관련 법규, 가축방역, 친환경 동물복지, 가축전염병 발생 및 취급 등이고 축종별로는 축산환경, 질병관리, HACCP 등으로 구성될 것이다.  축산업 허가제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면, 축산경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을 확보하고 교육받은 정예인력, 즉 프로축산인에 의하여 우리나라 축산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양돈경영은 돼지를 양돈장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자동화된 시설에 수용한 농사란 개념에서 ‘사람(잘 교육받은 프로양돈인)’이 돼지를 이해하고 돼지의 복지를 생각하면서 관리하는 과학적인 경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양돈인 확보는 필수적이며, 프로양돈인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3. 사람이 변하면 동물도 변한다.   동물복지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부분이 ‘사람복지도 제대로 되지 못하는데 동물복지를 논의하는 것이 타당한가?’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30여년 전 나왔던 이야기이고 우리에겐 최근 EU와의 FTA 협상 과정에서 등장한 몰랐다가(?) 최근에야 비로소 알았던 사실이다. 농장동물, 즉 가축도 고통을 느끼며 기쁨과 고통 등 심리적 현상이 있고 인지능력과 판단을 한다는 사실 자체를 무시 혹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농장동물의 복지개념이 결국 우리 사람의 더 나은 삶과 복지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과정이라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동물의 복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들 대부분 사람과 관련되어 있다. 달리 말하면  동물복지가 결정되는 거의 모든 것이 사람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 양돈시스템이 거의 100% 인위적인 환경 속에서 돼지가 생활하게 된다는 것과 좁게는 사람 자체가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고 행복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사람과 돼지의 관계를 요약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관리자)의 자세와 행동에 따라 돼지의 생산성, 복지가 좌우되며 그 과정에 스트레스, 공포 등이 주어지기도 아니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관리자인 사람의 돼지를 대하는 자세나 행동은 현재 일하고 있는 농장에 대한 직장으로의 만족도가 어느 정도냐, 현재 지식과 기술 정도는 어느 정도냐, 현재 직장에 근무하게 된 동기나 나름대로의 계획이 어떠하냐에 따라 돼지를 대하는 자세와 행동은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관리자, 관리능력이 뛰어난 관리자는 돼지에게 신체적,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복지상태가 양호해져 생산성 향상과 질병 등 외부 충격에 잘 견디며, 따라서 최종 산물에 대한 안전성 확보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2000년에 유럽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우리에게 충분히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대규모 양돈장에서 관리자 훈련에 따른 관리자 행동 변화, 생산성 및 돼지 행동 변화를 조사한 결과인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러면서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데이터를 제시한 것이다. 관리자에 대한 교육훈련을 통하여 돼지를 취급하고 관리하는 과정의 부정적인 행위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는 변화를 보였으며, 그것이 사산, 분만율 등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잘 알고 있듯이 돼지는 관리자,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접근하는 친근감을 갖고 있는 동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농장에서 사람을 피하는 돼지를 종종 접할 수 있는데, 이는 분명 좋지 못한 기억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돼지의 물러나는 비율을 조사하였는데, 관리자의 교육훈련 이전과 이후에 물러나는 돼지 비율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 변화가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대 양돈시스템에서 과거에는 소홀히 하거나 무시되어 왔던 작은 부분도 정밀하게 챙기는 정밀관리 기술이 보편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보면 작은 변화 같이 보이는 ‘사람의 변화’가 ‘돼지의 변화’로 이어지는 이 논문의 결과는 분명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된다.   4. 사람복지를 통한 돼지복지 실현   매년 3월이면 대학에는 새내기들의 젊은 혈기가 넘쳐나고 캠퍼스는 아직 제대로 봄이 오지 않았건만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것은 새내기들 때문일 것이다. 학과 이름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교육과정이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축산관련 학과 또한 새내기들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 있다. 매년 새내기들을 볼 때마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긍적적인 부분이 많겠지만, 늘 아쉬운 것 또한 있게 마련이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 우리의 현실에서 막연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성적이 맞추어 학과를 선택하다 보니 프로축산인을 육성하겠다는 대학의 생각과 새내기들의 인생 목표나 계획과는 많이 벌어져 있다는 느낌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희망을 품고 대학에 들어 와서 4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취업은 전공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현실,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정말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축산현장의 ‘사람복지’에 대한 부정적인 현실 또한 작용할 것이다. 직장으로서 양돈장은 늘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비위생적이며 절대 오래 근무하고 싶지 않는 일터라는 인식에 대한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프로양돈인 확보라는 과제는 요원한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프로양돈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아주 까다롭고 수준 또한 높다. 자기 업무에 대한 전문가적 자질은 기본이고 국내 양돈경영이 국제곡물가, 외국의 질병 발생 등에 따른 영향을 받는 등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스스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엘리트를 어떻게 대우하여야 우리 양돈산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하고도 현실적인 고민을 하여야 할 것이다. 사람이 변하면 동물도 변하고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양돈경영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양돈현장에 프로양돈인이 건강하게 발붙일 수 있는 토양을 지금 당장 실행하여야 할 것이다. 구제역 이후의 양돈산업 재건을 위한 과제로서 역설적으로 ‘사람복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월간 피그앤포크, 2011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