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양돈을 생각하며
2011-06-03
현장리포트

오늘 우리 양돈을 생각하며

정 현 규 박사
도드람유전자연구소
양돈코디네이터
한국축산컨설팅협회 회장


구제역의 피해로 아직은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는 우리 양돈을 생각해 본다.
텅 빈 돈사, 적막감이 흐르는 저 돈사에 언제 돼지 소리가 들리고,
급이기가 돌고, 휀이 도는 소리가 들릴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구제역이 아니었으면 우리 양돈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
 
1. 극복해야 할 생산성 문제
 
해마다 생산성이 덜어지는 현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MSY가 17두에서 16두로, 다시 15두, 그리고 15두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PRRS, 써코바이러스의 피해라고... 그것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부족하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도 그런 질병은 다 있는데...
써코 문제로 이야기가 돼서 써코 백신을 정부 일부 지원으로 백신접종을 했는데도 생산성은 생각처럼 올라가지 않았고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2. 투자한 자금의 효과를 피드백 해야
 
지난 수년간 농장 자체적으로, 정부차원에서 많은 자금을 시설 현대화, 생산성 향상, 교육 등등에 투자하였다. 미흡한 면이 있지만 액수로 보면 수천억 이상이 될 것 같은데, 투자 효과를 따져 본 적이 얼마나 되는지?
농장에서 돈사시설을 개조하였으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든지, 원가가 절감된다든지 등등의 효과가 나오고, 이것이 뭔가 숫자로 나와야 되는 것이 기본일 것 같은데...
농장을 운영하고, 국가적으로 양돈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뭔가 효과를 기대하고 하는 것일 텐데, 투자 이후의 결과를 좀 더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꾸준하게 투자하고, 결과를 분석해서 보완하고, 그런 과정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생산성도 올라가고 투자 목적에 맞게 경쟁력도 올라가는 게 아닌가?
정부든 농장이든 돈을 투자하였으면 생산성과 원가를 분석할 수 있는 기록 정도는 기본으로 하면서 효과를 파악하고 반성하고 해야 한다.
 
3.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노력의 필요
 
지난 10여년 간 양돈업계에 전문가들이 많이 증가하였다.
전문가들이 일하는 목적은 지금보다 양돈업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발전시키는 방법은 농가가 돈을 벌게 도와주는 것이 기본이다.
나도 전문가라 불리는 한 사람으로 얼마나 열심히 농가에 보탬이 되고 있는지를 반성해 본다. 나는 열심히 했더라도 농가에서 그 효과가 나오는 것은 결과로 판단이 되어야 한다.
구제역이 발생하고 그 처리과정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고생하였지만 비판도 받았다.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 감수해야 할 것들이다.
농장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전문가가 와서 컨설팅을 했더라도 원가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이나 뭔가 결과가 좋게 나와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면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농장의 노력이 따라 주지 않아서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기에 농장도 반성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가 직접 현장 일을 다 해 주는 사람은 아니다. 결국 일은 농장 내부 인원이 하는 것이다.
우리도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수의사, 시설전문가, 분뇨전문가, 친환경전문가 등등 전문가 양성에 협회, 조합 등 생산자 조직이 앞장서는 것이 필요하다. 수요자는 생산농가이기에 그렇다.
전문가들도 수시로 변하는 기술,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노력해야 하고, 실제 현장의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필요한 자료로 만들고 이용하는 노력이 적극적이어야 한다. 말로만 하는 것보다는 자료가 필요하다.
현재 양돈업계의 문제들에 전문가들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4. 농가에서 기본은 해야
 
▷ 아직도 생산일지를 기록하지 않은 농장이 많다.
▷ 농장의 소독기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농장들이 있다.
▷ 직원들이 수시로 바뀌는 농장이 많다.
이런 농장들은 빨리 바뀌어야 한다.
직원이 자주 바뀌는 것은 농장 사장님의 책임이라고 나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물론 직원의 문제도 있지만 좋은 직원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직원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결국은 농장 경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직원들도 책임이 있다. 직원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면 돈도 더 벌 수 있고 농장에도 보탬이 되는데, 이것은 본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부분들이 많기에 그렇다.
어쨌든 농장에서는 원가를 분석할 정도의 기록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생산관련 사항을 기록하는 일지, 사료, 출하, 각종 구입 기록이 필요하다.
원가 분석을 위해 여러 가지 기록이 어려우면 생산관련 기록이라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다른 것은 영수증과 전표, 거래명세표를 빠짐없이 모아두도록 한다. 분석은 전문가에게 맡기면 되고...
방역과 관련해서 방명록, 소독일지 정도는 매일 제대로 기록되었는지를 챙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많은 농장에서 기록은 일이 아니고 귀찮은 것이라고 아직도 생각을 한다. 그러나 기록은 농장 업무와 경영의 기본이고 완결판이다. 기록이 제대로 안 되면 기본도 안 돼 있는 것이고, 완결도 안 된 것이다.
 
5. 육질에도 신경을 써야
 
구제역으로 방역 이외에는 신경을 못 쓴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육질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수입육이 증가하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소비자들도, 유통업체에서도 선택의 기준이 다시 육질로 갈 것이다. 지금이야 고기가 부족하니까 육질문제는 뒷전이겠지만 이것도 잠시다.
이제, 구제역으로 새로 입식하는 농장에서 종돈을 좋은 것을 선택하기 어렵고, 그렇지 않은 농장도 빨리 생산하는 데만 신경을 쓰다 보면 수입육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소비자들의 선택이 수입육으로 가있으면 다시 돌이키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육질에도 신경을 쓰고 미래를 준비하자.
당장 급해도 내일을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월간 피그앤포크, 201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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