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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축질병 방역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2011-05-13
우리나라 가축질병 방역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창간 23주년 기획특집
구제역 이후 양돈산업 기반을 튼튼히 하자

 
우리나라 가축질병 방역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김 유 용 교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2010년 말에 발생한 구제역이 점차 확산되면서 정부의 방침대로 강력한 살처분 정책이 진행되어 300만두 이상의 가축들이 매몰처분 되었다. 문제는 매몰처분으로 구제역이 종결될 줄 알았지만, 질병의 확산방지에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많은 가축들을 매몰한 결과 국내 축산산업의 기반을 붕괴시킬 위기로 몰아갔을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토양과 수질오염을 염려할 정도의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다. 국민적 관심이 구제역의 발생 원인에서 구제역으로 인한 축산업의 위기에서 환경적 문제로 옮겨지다 보니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되었던 구제역의 발생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가 도외시 되고 있다. 이번과 같은 구제역의 창궐이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1990년을 기준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90년을 기준으로 2010년까지 지난 20년 동안 젖소의 사육두수를 제외하고 한우, 양돈, 가금류의 사육두수는 2배씩 증가하였다. 그러나 사육호수는 약 1/3로 줄어들었고, 가금류는 1/50으로 줄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과정을 겪게 된 원인은 규모화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축산농가들이 규모를 늘린 측면도 있었지만, 정부에서 축산농가들의 전업화 및 규모화를 위한 지원정책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제는 한우, 젖소, 양돈의 농가별 사육규모가 17두, 68두, 1,400여 두로 각각 증가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와 비교하여도 농가별 규모 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육규모가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국가별, 지역별, 농가별로 가축의 사육, 질병관리 등을 위한 세부적인 사항들이 사육규모의 확대에 비례하여 발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방역을 크게 나누어 국가, 지역 및 개별농가 방역으로 나눌 때 국가간 방역은 매년 1,500만명 이상의 국민이 해외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공항 및 항만 등에서의 차단방역은 제대로 실행하기 어렵다. 현재 축산일들의 입국 시 우리나라 공항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독방법을 축산 선진국들인 EU의 여러 나라 공항에서도 본인은 본 적이 없다. 이는 실제로 효과는 거의 없으면서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번과 같이 원인이 무엇이든 외부에서 유입된 병원체에 의해 특정 질병이 발생하였을 때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많은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지역별, 농장별로 질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방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축산현장의 현황을 살펴보면, 농장의 유지에 필요한 사료차량, 출하차량들이 지역을 넘어서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배합사료를 공급받을 때에 농장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료공장에서 공급을 받는 체계가 이미 완성되어 실시 중이다. 특히 덴마크,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축산농가들은 사료회사에서 배합사료를 구입하기도 하지만, 축산농가들이 식량작물을 직접 재배를 하던지, 인근에서 구입을 하여 원료사료를 농장에서 준비하고 필요한 첨가제들만 공급받는 등의 방법으로 외부차량의 출입을 가능한 줄이거나 억제하는 방법도 시행하고 있다. 영국도 구제역 이전에는 우리나라처럼 대부분의 사료회사들이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했지만, 구제역 이후에는 BOCM Pauls, ABN 두 회사만 영국 전역을 상대로 사료를 판매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육되는 가축두수에 비해 도축장들의 도축시설이 과도하여 도축장들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각 지역별로 사육되는 가축들의 수와 해당 지역에 있는 도축장들의 시설능력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표 1). 따라서 현재로서는 축산농가에서 출하된 가축들이 해당 지역에서 도축되지 못하고 권역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 도축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그림 1). 2011년에도 전국  도축장들의 통폐합 작업을 위해 국고가 300억이 사용될 예정인데, 권역별 가축 사육 규모에 비례하여 도축장의 도축능력이 해당 지역에 갖추어져야 가축이 타 지역으로 이동되어 도축하면서 발생되는 현재의 많은 문제점들이 개선될 것이다.
 

(표 1) 지역별 돼지 사육두수와 도축두수 현황

지역

돼지 사육두수

지역

돼지 도축두수

도축장

 

충남

1,900,327

경기

 3,261,926

15

 

경기

1,879,447

충북

 2,358,969

11

 

경북

1,262,197

경남

 1,977,017

12

 

경남

1,232,679

충남

 1,624,565

8

 

전북

1,200,632

전북

 1,457,021

10

 

전남

  868,192

경북

 1,446,917

11

 

충북

  574,050

전남

 1,038,332

12

 

제주

  502,032

강원

   743,531

  8

 

강원

  461,076

제주

   721,101

1

 

총합

9,880,632

총합

14,629,379

88

 

 


        (그림 1) 돼지 도축 시 지역별 이동현황


실제로 질병발생을 가장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차단방역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축산농가별 차단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많은 축산농가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농장들이 울타리도 없는 실정이니, 다른 차단방역을 위한 시설들이 갖추어진 농장들은 일부 종돈장들을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유럽의 경우를 살펴보면, 축산농가에 우리나라처럼 많은 외부인들이 농장을 방문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농장이 자신의 생업인 축산농가들이 지금까지 농장의 차단방역 시설을 설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농가의 1차적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들을 선도하고 교육해야 하는 축산전문가들 조차 지금까지 각 농장별로 차단방역의 문제점을 대부분 지적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농장을 출입할 때 차단방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농장주 및 종업원뿐만 아니라 축산전문가들인 컨설턴트, 수의사, 사료회사 직원, 가축인공 수정사, 임신진단사들도 철저한 방역조치 없이 하루에 여러 개의 농장을 드나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한다면 구제역의 발병 및 전파를 일부 축산인들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됨을 알 수 있다. 각 농장별 차단방역의 효과는 이미 국내에서도 많이 검증된 사인이므로, 이번을 계기로 각 농장별로 적절한 차단방역 시설을 설치하고 차단방역 규칙을 잘 지켜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번 구제역 발생 시 매몰처분과 관련된 방역을 언급하고 싶다. 물론 급속히 번지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무리한 매몰작업을 하면서 여러 문제가 있었겠지만, 매몰 전 농장을 방문하는 방역관, 매몰에 참여하였던 작업자, 매몰 시 사용된 포크레인 등의 도구 등에 대한 방역은 무시되거나 등한시 되었었다. 그래서 특정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반경 10km를 3주간 이동제한으로 묶어두고 매몰작업에 많은 인력들이 동원되고, 인근에 추가 발생시 이동제한이 3주간 다시 연장되면서 매몰작업에 동원되는 인력이 또 진입하여 매몰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양돈농장들이 많이 밀집된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그 지역의 이동제한이 풀리기 전에 구제역의 급속한 확산으로 양돈농가들 대부분이 피해를 보고 매몰이 진행되어 초토화 되었다. 경기도 이천 지역이 38만두의 돼지가 있었는데 이동제한 시 가축은 점점 성장하여 두당 사육면적은 더욱 감소하고, 분뇨의 외부 반출을 통제하면서 양돈장의 사육환경은 더욱 열악해져서 결과적으로 37만두의 돼지를 매몰하고서야 이동제한이 풀렸다. 남아있는 1만 여두도 구제역 증상이 없는 가축은 살려두도록 정부의 구제역 정책이 바뀌어서 살아남은 것이지, 처음 같은 정책을 지속했으면 모든 가축이 전멸한 다음에나 이동제한이 풀렸을 것이다. 이번 구제역 사태는 방역에도 이미 밝혀진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매몰작업 진행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점들이 노출되어 구제역 발생농장 인근의 농장들이 추가적인 피해를 보는 현상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구제역 같은 법정 전염병에 대한 처리에 대해서도 이번의 사태를 교훈 삼아 더욱 철저한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를 준비하고 실천하여 다시는 이번 구제역 사태 같은 후진국형 질병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월간 피그앤포크, 201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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