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파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황 윤 재 수의사 HAM컨설팅   대만에서 온 따꺼에게 물었다. 구제역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냥 같이 살어~” 허걱!!! 벙~찌는 한 마디다. “니들 청정화 한다고 쌔려 묻었지? 돈이 얼마나 들었어?” 3조원 정도...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 많이 쏟아 부었다. “만일 백신으로 해결했다면 백신 값은 그거에 비해 껌 값이었을 걸...” “우리도 겪어 봤거든~ 구제역... 별거 아니랑께. 니들 묻을 거 다 묻고, 백신 할 거 다하고... 그리고 더 큰 문제... 앞으로 구제역 청정화할 자신 있어?” 그래, 갸네들 말이 100% 옳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작금의 구제역 사태와 그들의 말이 오버랩되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동안 우리는(수의사건 사양가건 누구건 간에...) 구제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지난 10년 동안에 몇 번의 구제역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구제역에 대해 충분한 훈련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상황이 벌어지니까 이웃나라가 과거에 행했던 어리석음을... 고스란히 되풀이하며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 번식돈의 구제역 발병 사진(충북 축산위생시험소 제공)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던 이유가 어디에 있었을까? 물론 수많은 이유가 있었음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지난 몇 개월 동안 페이스북이 넘치도록 얘기했지만, 저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던 뿌리는... 아마 구제역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하면서 그저 그것을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만 간주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라는 게 내 생각이다. 다시 말하자면 구제역에 대한 굳은 선입견이 우리 모두의 慧眼(혜안)을 흐리게 하고 있었고, 그래서 구제역은 그저 우리에게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극악무도한 질병이라고만 생각한 나머지 ‘청정화’라는 최면에 걸려 무조건 쓸어 묻는 데만 급급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누가 그러더라. 일이 다 벌어지고 난 다음에야 누군들 ‘그때는 이래야 됐었다. 저래야 했었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냐고. 아무튼 나는 구제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무지 때문에 그간 입을 닫고 있었다. 그러니 이후에도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것이 보다 나은 처신이겠지. 그렇지만 돼지를 묻은 몇몇 사양가들이 전화를 해서 이후의 농장관리에 대해 물어오는데, 어쩌면 이 상황은 아픈 상처 뒤에 깔끔하게 농장을 정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인지도 몰라서 그런 관점에서의 얘기는 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글을 쓴다.    구제역보다 무서웠던 PRRS, PMWS···   대만 양반들 얘기를 서두에 잠깐 했는데, 그 양반들 얘기 중에 자기네 나라에선 구제역 피해보다 PMWS나 PRRS에 의한 피해가 더욱 컸다고 한다(PMWS 문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백신접종 후 많이 해결되었지만, 아직도 전체적인 성적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럼 우리네 사정은 어떨까? 지금이야 구제역에 놀란 가슴 추스른다고 정신없지만 그 이전을 잘 생각해 보자. 우리도 역시 과거 몇 년 동안 PMWS 때문에 엄청 힘들었었다. 자돈의 폐사율이 50%를 넘는 곳도 부지기수였고 상당수의 농장은 이 때문에 문을 닫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이후에 효과가 좋은 백신이 나와서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되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직 현장에서는 PRRS 문제가 여전히 골치를 썩이고 있다. 이 질병은 백신도 PMWS처럼 삼빡하게 듣는 것도 아니며, 또한 워낙 변이가 심해서 백신접종을 했다 해도 언제 또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들어올지 몰라 노심초사 해야만 했던 질병이다.    구제역 광풍이 쓸고 간 지금 사람들은 텅 빈 돈사를 빨리 채워야 한다고 난리다(전에 우리 아버지께서 그러시더라. 돈은 난리통에 버는 거라고.. 근데 그러는 당신께서는 육이오때 돈을 왜 못 버신 거여!). 아무튼 남들보다 돼지를 빨리 키워내서 값 좋을 때 한 몫 챙기자는 얘기다. 뭐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름 머리 굴려가며 돈 벌겠다는 데야 나쁘다 할 수 있나?   그런데 이렇게 속도전을 하다 보니 유전적으로나 위생적으로 적당한 후보돈을 들여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사실 구제역으로 인해 할 수 없이 돈사를 비웠는데, 이를 다른 시야로 바라본다면 그간 농장에서 돼지를 괴롭히던 여러 가지 급만성 질병(대표적으로 PRRS나 그와 관련된 복합질병들 등등)의 순환고리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동안 몇몇 농장에서 PRRS를 음성화 하거나 안정화시키기 위해 시도하고 싶었던 돈사비우기를 제대로 할 기회가 만들어진 것인데, 후보돈 사재기에 급급하다 보니 PRRS 양성 음성을 가릴 것도 없고, 기타 돈적리나 돼지 옴 등의 만성 질병 유무도 가릴 겨를이 없게 된 것이다.    돼지를 다시 채우기 전에 할 일   ‘돈사비우기’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제대로 된 돈사비우기를 실시해야 그 달콤한 열매를 남들보다 많이, 그리고 오래 따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상황을 흔치않은 기회로 삼아 제대로 된 농장 청소 매뉴얼을 만들어 가동하는 것도 결코 해롭지 않을 것이다.  아래 매뉴얼은 ‘돼지와 건강 수의그룹’에서 그간 컨설팅 실무에 적용해서 꽤나 효과를 본 바 있는 ‘돈사비우기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 것이다. 자료의 내용은 농장 곳곳에 산재해 있는 돼지 똥을 효과적이고, 실질적으로 제거하는 방법론에 중시를 맞추고 있는데 아래 표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후보돈 입식 절차(전 두수 살처분 농장)   ◎ 후보돈 입식 전 준비
  1. 농장 내 모든 분뇨 제거 - 농장 내 모든 분뇨를 제거한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절기에는 분뇨에서 최장 6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으므로 농장 내 분뇨는 반드시 제거한다. - 이동제한 지역에서는 분뇨처리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일단 돈사 내부의 분뇨부터 처리하면서 돈사 내부 수세 및 소독을 실시할 경우에 입식 시기를 약간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돈사 수세 및 소독 - 돈사에서 제거 가능한 모든 구조물을 떼어낸다(사료급이기, 워터컵, 플라스베드, 콘슬랏 등). - 돈사 내부 수세 시작. 새 돈사처럼 만든다는 각오로 임하면 된다. 특히 휀, 입기구, 사료라인 상부, 피트는 완벽하게 해야 한다. - 돈사 수세가 완료되면, 외부에 떼어 놓은 구조물을 수세한다. 이것 역시 깨끗하게 수세한다. 수세가 완료되면 햇빛이 잘 나는 곳에 두어서 자연스럽게 자외선 소독이 되도록 해 준다. - 돈사 수세가 완료되면 소독을 실시한다. 산성제제나 염기성 제제를 사용하여 적정 희석 배율로 소독제를 희석하여 흠뻑 적셔 줄 만큼 살포한다. - 소독이 완료되면 완전히 건조시킨다. 건조과정이 매우 중요하니 최소 7일 이상은 건조해야 한다. - 7일 정도 건조시킨 후에 시멘트 바닥이 있는 부분은 생석회 도포를 실시한다. - 보온덮개 등 소독이 쉽지 않은 구조물이 있는 돈사는 포르말린 훈증소독(K7블록 등을 이용)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 돼지 입식 전에 수리가 필요한 것들은 수리하고, 돼지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사료급이기, 니플, 휀 등 부착).    ◎ 후보돈 도입 계획    1. 후보돈을 구입할 곳을 미리 물색해서 계약을 해 놓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F1 물량이 부족하므로 F2 구입도 감안해야 한다.    2. 구입 농장의 조건은 가급적 한 농장에서 받는 것이 필요하며, 질병이 안정되어 있는 농장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가령 MSY 20두 이상, 이유  후 폐사율 5% 이하 등).   ◎ 후보돈의 수급 계획 계산 예    1. 모돈 100두 규모    2. 임신기간 115일포유기간 28일7일=150일(5개월)    3. 월 20여두를 5개월간 입식    ※ 다만 입식 두수는 교배 전 도태비율, 분만율을 감안하여 초기에는 입식두 수를 상향 조절할 필요도 있음.
또 다른 문제가 우려된다.   구제역의 피해를 입었던 많은 농장에서 이제 새로운 돈군의 입식을 서두르는 양상이다. 특히나 전 두수 살처분으로 농장을 비우게 된 이들은 이참에 농장을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돼지를 다시 채우겠단다. 아무튼 자의에 의해서 한건 아니지만 돈사비우기를 완벽하게 한 셈이니 특정 질병이 없는 깔끔한 번식돈으로  농장을 시작하면 당분간은 그간 속을 상하게 만들었던 PRRS나 PMWS, 돈적리, 살모넬라 등에 의한 질병으로부터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보통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부분 살처분으로 기존의 돼지들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후보돈을 들여오는 경우라든가, 비록 농장을 비우기는 했지만 수세나 돈분처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농장에서 새로운 번식돈을 들여오는 경우 등등이 그것인데, 돈군이 섞이면 여러 가지 질병도 섞이면서 그 파괴력도 상상을 초월하는 예를 얼마든지 보아왔던 터라 새삼 또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동안 정말 괜찮은 백신 덕에 PMWS의 재난으로부터 겨우 농장 성적을 정상화 시켜놓을 수 있었는데, 이제 또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이 농장에서 혼재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만큼 무서운 새로운 질병의 도전이 벌써 두려운 것이다.      [월간 피그앤포크, 2011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