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치질, 폐기관지, 당뇨병, 유즙분비 등에 효과
중금속 흡착·배출… 황사철 먹으란 말 빈말 아냐
새우젓은 돼지고기와 최강궁합, 콩‧메밀은 피해야
누구나 어떤 고기를 먹을지 고민해본 적 있을 것이다. 경제적측면이나 취향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테지만 이때 함께 고려하면 좋은 것이 바로 고기의 효능과 체질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의서들을 중심으로 돼지고기의 다양한 효능과 식품 궁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돼지의 한자 이름은 시(豕), 저(猪 혹은 豬), 돈(豚) 등이 있다. <본초강목>에서 돼지는 시(豕)로 나온다. 시(豕) 자는 돼지의 4개의 다리와 꼬리를 형상한 상형문자다. 돼지가 축부(畜部) 중에 가장 먼저 수록된 것을 보면 그만큼 쓰임새가 많았던 것 같다.
돼지고기는 보통 새끼돼지를 의미하는 돈(豚) 자와 저(猪) 자를 많이 사용해 돈육(豚肉)이나 저육(猪肉)이라고 했다. 물고기 복은 돼지고기처럼 맛이 좋아 하돈(河豚)이라고 했다. 한의서 병명 중에서 복부대동맥이 심하게 뛰는 것은 마치 새끼돼지가 뛰어노는 것 같다고 해서 분돈(賁豚)이라고 했다.
저(猪) 자도 흔히 사용된다. 제육복음은 제육(諸肉)이 아니라 바로 돼지고기볶음인 저육(猪肉)에서 온 말이다. 멧돼지는 야저(野豬)라고 한다. 한때 저(猪) 자는 중국 황제의 이름인 주(朱) 자와 발음이 비슷해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심지어 돼지도 기르지 못하게 했다는 재밌는 기록도 있다.
<본초강목>에 돼지고기는 가저육(貑猪肉)이라고 했고 ‘맛은 시고 기운은 냉하고 독이 없다’고 했다. 기타 한의서를 보면 달다, 짜다 등의 다양한 맛이 있다고 기록되고 있는데 아마도 돼지고기 부위별로 단백질과 지방함량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로 돼지고기는 ‘맛이 달고 짜면서 성질은 냉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돼지고기는 기운이 나게 한다. <동의보감>에 돈육(豚肉)은 ‘혈맥(血脈)이 약하며 근골(筋骨)이 약한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돼지고기는 단백질은 물론, 아연과 비타민B군도 풍부해 활력을 주면서 면역력을 높인다. 어느 날 힘이 났다면 전날 회식으로 먹은 돼지고기 때문일 수 있다.
돼지고기는 변비도 치료한다. <동의보감>에는 ‘열로 인한 변비를 치료한다’ 또는 ‘4~5일 동안 대변을 보지 못하는 데는 물에 삶은 물컹한 돼지고기를 먹으면 오장육부를 적셔 주면 대변이 저절로 나온다’고 했다. <언해두창요집>에는 특히 아이들의 변비에 좋다고 했다. 하지만 속이 냉하거나 평소 설사가 잦은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으면 설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돼지 간은 설사에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 ‘돼지 간은 성질이 따뜻하다. 냉설(冷泄)과 곱똥을 오랫동안 누는 설사를 치료한다’고 했다. 돼지 간은 배가 냉하면서 나는 설사에 좋다는 말이다. 평소 설사가 잦다면 순대집에서 돼지 간도 꼭 챙기자.
돼지고기는 치질에도 좋다. <식료찬요>에는 ‘오래된 치질로 항문에서 피가 계속 나오고, 항문 주위가 아프며 장풍(腸風)으로 혈변을 보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 돼지족발에 달여 오는 발굽도 저제(猪蹄)라고 하는데 치질과 함께 장이 허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돼지고기는 장을 윤활하게 해서 배변활동을 촉진하는 것이다.
돼지고기는 폐기관지에 좋다. <수세비결>에는 ‘상기(上氣)로 기침하고 가슴이 답답할 때는 돼지고기를 잘라 저민 뒤 돼지지방에 구워서 먹는다’다고 했다. 또 <약무신편>에는 ‘가래가 끓고 숨이 차면서 기침하는 경우에 모시뿌리를 태워서 가루내 살찐 돼지고기를 찍어 먹으면 매우 효과가 좋다’고 했다. 돼지고기는 오행 중 수(水)에 속하는 수축(水畜)으로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하기작용을 하고 건조함을 막아 폐기관지를 촉촉하게 해 준다.
항간에 보면 돼지껍질은 콜라겐이 많아 구워 먹으면 피부에 좋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사실 돼지껍질의 콜라겐은 분자량이 커서 소화, 흡수가 잘 안 된다. 대신 <동의보감>에는 돼지껍질은 ‘열로 인한 가슴이 답답한 증상에 좋다’고 했다. 또 ‘감기에 걸려서 목이 아플 때도 좋다’고 했다. 돼지껍질은 성질이 서늘하면서 진정·소염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