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농장 돼지들과 친숙…한농대 졸업 후 가업 이어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라” 아버지 가르침…많은 시행착오 겪어
김동찬씨가 양돈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순천관이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추었던 ‘돌실흑돼지’를 부활시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석곡면 구봉리에 ‘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고 30년 가까지 돼지를 키워 온 김동찬 씨의 부친 김남태 대표가 전국을 수소문해 토종 흑돼지 모돈 100여두를 구해와 약 2만 평 가까운 부지에 친환경 축사를 조성했다.
어려서부터 양돈장에서 돼지와 함께 생활했던 김동찬 씨는 스물 세살의 나이에 한국농수산대학 중소가축학과(양돈전공)를 졸업하고 곧장 농장으로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 그는 “제가 걸어 다닐 즈음에 축사에 돼지가 가득 찼고 돼지와 함께 커 왔다”며 “축사 청소를 하고 용돈을 받는 등 농장일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고 설명했다.
한농대를 졸업하고 농장으로 돌아오자 아버지 김남태 대표는 선뜻 농장 경영의 전권을 위임하고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김 대표는 ‘무엇이든 직접 스스로 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기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도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김동찬씨가 농장 관리를 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수입차 한 대 가량의 손실도 발생했지만 아버지는 농장을 제대로 물려주기 위해 투자되는 수업료로 여긴다.
‘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은 현재 모돈 100두에 출하량 100~130두를 유지하며 정상적인 사이클을 유지 중에 있다.
김동찬 씨는 “우리 농장은 고급화와 대량 생산의 기로에서 고급화를 택했고 아버지가 그동안 고부가가치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해 놓으셨다. 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식당을 열고 양돈의 6차 산업화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금의 농장이 있기까지 김남태 대표가 꾸준히 종자를 개량해 쫄깃하고 차별화된 맛의 흑돼지를 생산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김동찬씨가 양돈산업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값진 유산은 아버지가 자유롭게 울타리를 열어 준 덕에 시행착오를 실컷 겪으며 몸으로 배운 교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