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인증점- 서울시 강남구 흑돈가
2019-01-03


기본에 충실하면 손님은 알아서 따라옵니다

 

 

어떤 업종이든 확실한 철학이 중요하다


곽옥주 대표는 “손님에게 한돈을 내놓을 때마다 처음 마음을 떠올린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2009년, 지금 자리에 흑돈가 2호점 문을 열었다. 시작은 제주 흑돈가 본점을 운영하는 친구의 추천 때문이었다. 곽 대표는 지난 30년간 제지, 가구, 무역 등 다양한 업종의 회사를 경영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외식업에 도전하는 건 처음이었다. 주변에선 당연히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위치도 문제였다. 지금은 회사원, 해외 바이어들의 회식 장소로 손꼽히지만 이곳은 원래 여러 음식점이 폐점에 폐점을 거듭한 자리였다. 요식업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유동인구가 적기 때문이었다. 불안의 시선은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곽 대표는 영업을 시작하기 전 몇 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처음 도전하는 업종이라 할지라도 철저한 사업 철학이 있으면 성공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곽 대표가 세운 다섯가지 원칙은 맛, 청결, 친절함, 신속함, 저렴함. 이 다섯 가지를 직원들에게 철저히 강조한 뒤 흑돈가 문을 열었다. 유동인구가 적다는 단점은 100대까지 차를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을 마련하는 것으로 대비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개업 초기 손님은 기대보다 적었다. 온종일 40명의 손님밖에 받지 못한 날도 있었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려 했다. 하지만 곽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맛있고 깨끗한 음식을 계속해서 대접하면 손님은 알아서 찾아온다’는 믿음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3개월이 지나지 않아 곽 대표의 믿음은 현실이 됐다. 한 명, 두명 방문했던 손님들이 단골이 되고, 회사 동료, 바이어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한적했던 주차장은 어느새 만원이 되어 있었다. 퇴근 후 회식 자리를 잡기 위해 달려오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어느덧 흑돈가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깨끗한 매장, 맛있는 한돈


삼겹살, 목살, 양념구이, 항정살. 문을 연 지 9년이 지났지만 흑돈가의 메뉴판은 예전 그대로다. 오히려 갈매기살, 가브리살과 같은 메뉴가 사라졌다. 곽옥주 대표는 간단한 메뉴 구성에 대해 “앞으로도 줄였으면 줄였지 늘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메뉴의 수보다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흑돈가에서 가장 까다롭게 신경 쓰는 건 역시 한돈. 고기에 대해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돈가 숙성고에는 제주 최상품 흑돼지만 들어온다. 기름이 많거나, 크기가 정상적이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면 어김없이 반품이다. 항상 신선한 한돈을 들이기 위해 고기에 대한 대금도 반드시 그날 입금한다. 곽 대표는 냄새에 대한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돼지고기에서 냄새는 극약이에요. 아무리 예민해도 모자라지 않죠. 오래된 고기를 들였거나 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는 뜻이거든요.” 또한 곽 대표는 매장 관리와 관련된 부분도 지적했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손님들은 매장 환경도 음식 맛 못지않게 중요하게 본다는 것. 이날도 40여 명의 흑돈가 직원들은 손님을 맞기 전 매장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96개, 약 400명의 손님을 들일 수 있는 흑돈가의 테이블과 식기는 깨끗하게 닦여있었다.


최근엔 흑돈가 외에도 서울 여러 곳에서 흑돼지를 취급하는 가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돼지고기 전문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에 대해 곽 대표는 어떻게 생각할까?


“모두 자기 일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하죠. 저는 지금도 직원들에게 매장을 열었을 때 했던 말을 똑같이 하고 있어요. 들어오는 고기들은 일일이 전부 점검하고요. 아무리 좋은 고기를 판다고 홍보해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손님은 떠나요.”


곽 대표가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건네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뜨끈뜨끈한 고기를 멜젓(멸치젓의 제주 방언)에 찍어 먹었다.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맛. 매장을 열 때부터 받았다는 ‘한돈 인증점’ 마크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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