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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례] 모돈의 폐사와 로스트리디움 감염증
2011-09-16
[국내 사례] 모돈의 폐사와 로스트리디움 감염증

컨설팅파일
 
여름철 모돈의 폐사와 클로스트리디움 감염증
 
황 윤 재 수의사
HAM컨설팅 이사

 
양돈장에서 모돈의 폐사율 목표는 몇 %로 가져가는 게 적당할까? Pig Stockmanship Standards에서는 모돈 100두 규모 기준으로 연간 5% 이하의 폐사율을 목표로 정하라고는 하는데(우리 기준으로 보면 어째 이는 좀 많아 보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양돈장에서는 모돈의 연간 폐사율에 그리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컨설팅을 하느라 농장의 성적을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모돈의 폐사율 항목을 말하기 전에 꺼내놓는 곳도 없거니와 대부분의 경우 집계조차 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관심하다가 덜컥 어떤 이유로 모돈의 폐사가 이어지면 갑작스럽게 그간의 통계를 찾기 시작하면서 부산해지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평소엔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대형사고 한 방으로 무고한 생명 여럿을 잃고서야 안전대책을 강구한다는 둥 부산을 떠는 행정당국의 행태를 손가락질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의 자세도 그들과 별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사진 1) 잘못된 방향의 자연환기형 돈사. 차양막은 환기를 막고 내부는 여름 내내 고온 고습에 시달리게 되며, 번식돈 열사병의 원인이 된다.

모돈 폐사의 원인들
 
감염증이 아닌  모돈 폐사의 원인을 꼽으라면 위궤양이나 여름철에 가끔 등장하는 열사병으로 인한 폐사를 들 수 있겠고, 감염증으로는 경산돈에서 볼 수 있는 방광염이나 신우신염으로 인한 급사, 반대로 비교적 어린 후보돈이나 저산차 모돈에서 볼 수 있는 급성의 돈단독으로 인한 폐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위궤양은 당연한 얘기겠지만 돼지가 먹는 사료에 관련된 것이므로 굳이 계절별로 발생률이 달라진다든가 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본래 땅을 파서 먹고 살아야 하는 돼지라는 동물을 인간이 가두어 키우면서 곱게 빻고 사양성적을 높이려고 섬유소 함량을 줄이고 하는 등등의 사료를 장기간 먹이면서 생기는 문제로 알려져 있으며, 따라서 어린 산차의 모돈보다는 6산 이상의 경산돈에서 보다 흔하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위장의 궤양부위에서의 대량 출혈에 의한 쇼크이다. 이렇게 죽은 모돈을 보면 겉모양에서 창백한 외모를 관찰할 수 있고, 부검할 경우 대량의 혈액으로 꽉 들어찬 위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돼지의 위궤양을 치료하기 위해 특별한 약을 쓰지는 않지만(예전에 일본산 사료첨가제가 판매되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그리 널리 쓰인 것 같지는 않다.) 대신 사료입자를 거칠게 분쇄해서 되도록 돼지의 소화생리에 맞도록 해 주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신우신염, 방광염의 경우도 특별하게 계절적인 요인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음수 섭취량이 줄어드는 계절(동절기)은 이러한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데 일조할 것 같다. 그러나 이 질병의 발생률은 본질적으로 돈사의 위생관리, 예를 들면 스톨 바닥의 시기적절한 제분작업, 물이나 오수의 고임 방지를 위한 잦은 청소, 위생적인 교배관리, 충분한 음수 공급관리 등등의 기본 사양관리 수준에 더욱 큰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다. 
급성형이나 심급성형의 돈단독은 사실 무서운 질병이다. 비록 고산차의 모돈이나 3개월 이하의 육성돈에서는 잘 발생되지 않고 항생제가 잘 발달된 적분에 다들 별다른 신경 쓰지 않는 듯하지만 환경이나 위생이 불량한 환경에서는 번식돈 비육돈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게 이 돈단독이기 때문이다. 돈사 환경이 불량한 곳에서는 이와 더불어 열사병에 의한 피해가 클 수 있다. 특히 돈사의 단열이 불량하고 불합리한 환기 구조를 가진 돈사에서는 여름철 높아진 온도와 80%가 넘는 상대습도의 복합작용에 의해 열사병으로 인한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 
 
여름철 폐사의 주원인 클로스트리디움증
 
그러나 사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내용은 ‘클로스트리디움’이라는 다소 고약한 세균에 의한 감염증이다. ‘클로스트리디움’이라는 세균을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Clostridium perfringens에 의한 포유자돈의 설사증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모돈을 죽이는 것은 이것이 아닌 Clostridium novyi라는 또 다른 클로스트리디움균이다. 
이 질병의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선 워낙 질병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독성이 강해서 순식간에 모돈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특징이다. 최근에 경험한 임상 예에서 분만사에서 분만한지 얼마 안 되는 모돈이 갑자기 체온이 오르고 가쁜 숨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분만사 내 온도는 약 28℃ 정도, 사실 모돈의 임계상한 온도를 넘어섰지만 우리나라 여름 날씨에선 이 정도는 차라리 양반 아닌가? 아무튼 즉시 찬 물로 머리와 몸통을 적시고 선풍기를 모돈 머리에 더욱 가까이 했다. 항문엔 미리 준비해 둔 얼음 덩어리를 집어넣었다. 그래도 결국 이 모돈은 폐사하고 말았는데, 농장에서는 거의 매년 여름마다 겪는 일이라 했다. 

▲ (사진 2) 복부를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창백한 외관을 보이는 모돈 폐사체
 
부검결과는 예상을 한 바와 같았다. 우선 복강 내는 간의 출혈로 의심되는 대량의 혈액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또한 간 조직은 심하게 변하여서 벌집구조의 무늬가 보이고 초콜렛 색깔로 푸석푸석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건 Clostridium novyi의 감염증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부검소견의 하나이다.(부검 외 소견으로 아주 빠르게 부패가 진행되면서 바람을 잔뜩 불어넣은 풍선인형처럼 온몸이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많다.)
사람들은 이런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원인균을 어떻게 농장에서 박멸해야 하는지를 묻고 한다. 그러나 이 세균은 돼지의 결장 내에서 사는 정상 세균총의 하나이므로, 사실상 돼지 몸에서 박멸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이 세균이 어떤 이유로 간에서 빠르게 증식하여 그들의 강력한 독소로 돼지를 죽이는데 자료에 의하면 만성 폐렴이나 장염과 같은 다른 질병이 있는 개체는 뒤따라 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1차적인 질병을 컨트롤하는 것도 본 질병을 예방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 (사진 3) 복강 내에 혈액이 가득 차 있다.
 

▲ (사진 4) 간 조직이 마치 삶아 놓은 것처럼 심하게 변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필자의 경험에 의존한다면 모돈에 가해지는 여름철 더위가 더욱 더 큰 발병요인이 아닌가 생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위의 농장의 경우에도 자연환기식 분만사에서 용마루 배기구를 급히 설치해서 덥고 습한 공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별도의 냉풍기를 달아 각각의 모돈의 머리에 불어 주게 하면서 그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이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기본적으로 돼지의 결장에 사는 정상 세균총이므로 별 말썽도 부리지 않는데 지레 겁먹고 무조건 한 여름이면 항생제부터 번식돈에게 들이 붓는 것은 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싶다. 항생제의 사용은 번식돈사의 환경적 문제부터 풀어본 다음 이후 발생상황을 보고 고민해 보면 어떨까?
물론 외국의 경우(특히 방목이 흔한 경우)엔 돼지뿐만 아니라 양이나 소에서도 이 질병이 문제가 되어 백신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갸네들은 이 질병을 통털어 Black disease라고 하두만...).  그리고 백신의 효과도 좋은가 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이 질병의 발생상황이 아직 백신을 써야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은 것 같다.
몇 건의 임상경험과 자료에 의하면, 이로 인한 모돈의 폐사율이 문제가 될 때 예방적 치료 목적으로 번식돈군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페니실린 계열의 약을 쓰는데 기타(외국에서는) 바시트라신 등도 쓰이는 것 같다. 그러나 항생제나 기타 약제의 사용은 좀 번거롭더라도 사전에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하자.
 
 【상기 원고 내용은 필자의 종합적인 견해이며, 본지 편집의향과 다를 수 있음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월간 피그앤포크,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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