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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라서 행복해요" 거창 동물복지 농장을 가다
2020-10-26

 

 사진설명경남 거창군 위천면에서 동물복지 농장인 더불어행복한농장을 운영하는 김문조 대표가 임신한 돼지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경남 거창군 위천면에 위치한 더불어행복한농장. 야트막한 산자락에 위치해 있는 이 곳은 돼지농장으로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경남지역 제1호 동물복지 인증 농장인 데다 양돈 마이스터가 운영하는 곳이다. 전국에 약 20여 곳의 동물복지 농장이 있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 최고의 양돈 전문가로 인정받은 양돈 마이스터도 우리나라에 단 13명이 있다. 

가을 햇살 따스한 오후 농장에 들어서자 스피커를 통해 감미로운 팝송이 흘러나온다. 농장 밖에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돼지들을 배려한 것이다.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54)는 "특히 임신한 돼지들은 태아를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에 소리에 아주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며 "음악을 틀어놓으면 돼지도 편안하게 지내고 일하는 사람도 좋아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한 동물복지는 가축이 살아가는 동안 스트레스를 줄여주면서 편안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에게 인권이 중요하듯이 가축에게는 동물권이 있다는 철학에서 생겨났다. 인간의 삶을 위해 숙명적으로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도축되기 전까지는 그 `특별한` 역할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줄인 가축이 맛과 영양도 더 좋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곁들여진다.

 


김 대표는 "영국의 한 수의사가 `돼지는 신이 만든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고 표현한 것에 큰 감동을 받아 동물복지 농장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돼지는 생육 속도나 사료 요구량 등 모든 면에서 인간에게 가장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김 대표는 "이런 돼지들이 자신들 습성 대로 불편하지 않게 잘 지내도록 하는 게 바로 동물복지"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생산성만을 생각해 농장 단위면적당 돼지 숫자를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 그는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2012년부터 동물복지 농장으로 본격 운영하고 있다"며 "돼지 마리당 거주 공간을 늘려주다보니 4500두 돼지를 기를 수 있는 공간에서 현재 2500두 정도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기르면 더 잘 자란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일반 돼지농장에서는 고기 1㎏을 생산하는데 사료가 3.5㎏ 필요하지만 동물복지 농장에서는 고기 1㎏ 생산에 사료 2.8~3.0㎏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서는 돼지들이 서로 경쟁을 하느라 필요 이상으로 더 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돼지들이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 사료를 먹으면 소화를 충분히 시키고, 배설도 충분히 한 뒤에 먹기 때문에 사료 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동물복지 농장이 냄새가 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동물복지 농장에서는 돼지가 언제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소화를 완전히 시킨 뒤 배설을 하다보니 분뇨에서도 냄새가 덜 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동물복지농장인 더불어행복한농장에서는 어미돼지가 새끼와 보내는 기간이 일반 농장에 비해 더 길다. 이들 돼지의 배설물은 밑으로 빠져 미생물 분해가 되기 때문에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정혁훈 기자]

더불어행복한농장에서는 새로 태어난 새끼도 일반 농장에 비해 어미 곁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한다. 김 대표는 "관행 사육에서는 출산후 23~24일 뒤에 젖을 떼지만 이 곳에서는 28일이 지나야 어미와 떼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 만큼 어미와 새끼의 감성을 배려하는 셈이다. 젖을 늦게 떼면 모돈의 출산 주기가 길어져 생산성 측면에서 불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새끼가 젖을 뗄 때 체중이 많을 수록 더 건강하게 자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이익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반 농장에서 사용하는 `스톨(돼지사육틀)` 사용도 최소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돼지를 스톨에서 키우면 움직임을 최소화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돼지가 원하는 대로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게 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특히 그가 개발한 임신돈사 급이장치(먹이 공급 장치)는 네덜란드 등 유럽 학자들이 와서 견학을 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돼지의 임신 초·중기에는 사료를 제한적으로 먹여야 하는 데 과거에는 급이기 한 대로 20여 마리를 먹였다. 그러다보니 임신돈들끼리 사료 먹기 경쟁이 벌어져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이에 김 대표는 5마리당 급이기 한 대를 설치해 임신돈간 경쟁을 줄였다. 그는 "돼지들간 먹이 경쟁이 줄면서 스트레스가 줄다보니 임신돈들의 출산이 훨씬 건강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사진설명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가 넓직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임신돈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혁훈 기자]

김 대표는 이렇게 생산한 돼지를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도축장으로 보낸다. 당초 부산경남지역 양돈조합인 부경양돈농협 도축장을 활용했으나 이젠 좀더 멀리 떨어진 도축장으로 보낸다. 부경농협이 동물복지 축산물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조합으로 이미 납품한 돼지고기에 대한 생산장려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부경농협으로부터 돼지 한 마리당 8만원의 장려금을 약속받고 동물복지 인증 돼지고기를 공급했는데 이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부경농협을 상대로 미지급 장려금 6억여 원에 대한 청구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부경농협 측은 실제로 매장에서 판매된 돼지에 대해서만 장려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농협의 모든 생산장려금이 조합에 납품할 때 선지급되고 있는 데다 약속을 해놓고 뒤집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전적 손해도 있었지만 김 대표는 동물복지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더 나은 동물복지를 위한 투자에 열심히 나서고 있다. 최근에도 어미와 새끼가 같이 지내는 돈사의 시설을 새로 싹 바꾸었다. 배설물은 바닥으로 빠져 미생물과 함께 분해되고, 천장은 바깥 공기와 통하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돼지들이 보다 깨끗한 공기와 청결한 공간에서 자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기가 돈사인가 싶을 정도로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미생물 발효 처리된 분뇨는 천연액체비료로 활용된다. 김 대표는 "이 곳에서 나오는 액비를 인근 농가에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며 "순환농업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친환경적인 농장을 기반으로 치유농장을 만드는 꿈을 갖고 있다. 때마침 농촌진흥청 주도로 지난 3월 치유농업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핀란드 치유농장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물도 주고 먹이도 주고 하면서 돼지와 교감하는 것을 봤다"며 "돼지는 모방학습을 할 정도로 영리하고 사람에게도 아주 친근하게 구는 동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2020.10.26)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10/109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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